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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더슈탄트, 세상을 읽다.
-기독교, 세 번째 위기소멸과 변화의 갈림길에서- 영국에서 기독교 탈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주 영국 지는 세인트 메리 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인용, 영국 내 무교도가 기독교도의 수를 앞질렀다고 전했다. 전통적인 기독교 국가였던 영국에서, 종교를 버리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에서 집계된 무교 인구는 전체의 48.5%였다.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를 모두 합한 기독교 인구는 43.8%였다. 근소한 차이로 무교 인구가 앞선 것이다. 특히 무교 비율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2011년에 집계된 무교 비율을 보면, 25% 정도에 그친다. 몇 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기독교도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특히 성공회의 경우 신도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새로 ..
-산업혁명과 오늘- 역사 사회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무엇일까? 역사라는 것이 어차피 사후 평가기 때문에, 사실 모든 숫자는 어떻게 끼워 맞추기만 하면 해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언제나 인구론 쪽에서 나오는 것 같다. 왜, 소련의 멸망을 예견한 유일한 사회학자는 ‘에마뉘엘 토드’라는 인구학자였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사실, 중세에서 근대까지 유럽 인구는 한참동안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생존한 자녀는 두 명 남짓이었다. 평균으로 따지면 2.1명에서 2.2명 정도 됐는데, 이 0.1~0.2 정도 되는 근소한 차이는 몇 번쯤 유럽 대륙을 쓸어나갔던 전염병에 의해서 상쇄되었다. 사실 유럽의 인구가 증가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
-인간에 대한 신뢰, 가능한가?- 근대. 르네상스 이후로 시작된 근대는 대부분 ‘합리의 시대’나 ‘이성의 시대’로 표현된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막상 실상을 들여다보면 별로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어제는 사전에서 ‘defenestration’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이 길고 복잡해 보이는 단어는 ‘(사람·사물을) 창문 밖으로 내던지기’라는 의미다. 문득 예전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어렸을 때 영어 학원에 다녔었는데, 2층에 있는 강의실에 원어민 선생님 한 분이 한글로 이런 문구를 붙였었다. “나는 나쁜 아이를 먹어요.” 나쁜 학생들은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겠다는 (...) 농담 섞인 말이었다. 그게 왜 지금까지 기억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기억 덕분에 그냥 넘겨버릴 수 있는 단어 하..
-은광: 뒤바뀐 운명- 16-18세기는 여러모로 재밌는 측면이 많은 세기다. 새로운 집권 세력이 나타나고, 새로운 경제 주체가 나타난 시기다. 세계 각지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끓어오르던 시기이며, 또 그만큼이나 많은 꿈이 좌절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세기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 하나가 있다. ‘상업’이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전 세계가 하나의 교역망으로 통합되기 시작한다. 포르투갈에서 출발한 배가 유라시아의 동쪽 끝까지 도달했고, 동남아시아가 해상 무역 중심 기지로 성장했다. 신대륙에서 막대한 재화가 쏟아져 들어왔고, 서양과 동양이 대규모로 무역을 벌이며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던 역동적인 시기다. 그렇다면 세계를 돌아다니던 이 무역선들이 싣고 돌아다니던 물건들은 무엇일까? 많은 것들이 있었다. 향..
2016년 1월 1일. [오늘의 음악] 다시, 시작 송구영신(送舊迎新). 오래된 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는다는 의미다. 오늘이야말로 그런 날이다. 낡은 해를 버리고 다시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날이다. ‘2015’라는 미래적인 숫자의 조합이 이제야 좀 익숙해질 법 한데, 벌써 2016년이 다가왔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는 표현은 아무래도 진부하다. 매년 그런 표현을 안 들어본 때가 없는 것 같다. 365일이라는 긴 시간에 많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더 이상한 것 아닌가.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올 한 해는, 참 다사다난했다.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습격당했다. 롯데가에서는 분쟁이 있었다. 성완종 게이트로 정권의 부정부패가 드러났지만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가 1주기를 맞았다. 메르스..
2015년 12월 31일. [오늘의 음악] 마지막 벌써 1년 가까이 왔다. “마지막의 시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던 [오늘의 음악]이 벌써 시간을 지나고 지나 “마지막의 마지막”이라고 할 법한 날을 맞았다. 이제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글이 쌓여 있다. 열 달 동안 글에 치여 살았다. 아침에 한 편, 새벽에 한 편. 생각보다 쓰는 시간은 오래 걸렸다. 아침과 새벽에 일정이 있으니 가운데 낮 시간은 조금 비어 있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어찌어찌 지나가다 보면 그게 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고 뭐 그런 건 아니더라. 뭐 그렇다고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지 않을 마음은 없다. 신년이니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지만, 그래도 이런 애매한 포지션이 늘 내 역할인 것을 뭐 어쩌겠나. 또 고민하고 절망..
2015년 12월 30일. [오늘의 음악] 뒤돌아보다 연말이 다가오니 TV에서는 시상식을 많이 하는 모양이다. 연예대상이니, 연기대상이니 하는데 어떻게 매년 서로 스케줄이 겹치지도 않는지 비슷한 사람들이 나와서 상을 받아 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상을 받는 이들은 또 즐거운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 안고서는 시상식장을 나선다. 하지만 또 그만큼 상을 받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카메라는 언제나 상을 받은 이들만을 비추는 모양이니 후자에 대해서는 내가 잘 알지 못하겠다. 뭐 그런데 딱히 연말 시상식이 아니더라도 연말은 언제나 모든 것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한 해를 돌아보다 보면 누군가는 웃으며 자리를 뜨기도 하고, 누군가는 울며 자리를 뜨기도 하는 법이다. 하지만 또 언제나 한 해를 돌아보다 보면 우는 ..
2015년 12월 29일. [오늘의 음악] 지나간 것 요즘 이라는 드라마가 잘 나간다고 한다. 케이블 드라마가 잘 되는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을 보면 조금 놀라운 감이 있다. 배경이 되는 시대는 1997년, 1994년, 1988년. 30년도 되지 않은 시점의 이야기들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역사극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는 않지만, 엄연한 역사극이다. 다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때의 역사를 다루는 시대극일 뿐이겠지. “사는 기쁨의 절반이 추억”이라는 말은 언젠가도 한 번 인용한 적이 있는 것 같다.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편이다. 사는 기쁨의 절반은 추억이고, 나머지 절반은 경험이겠지. 경험은 곧 추억이 되는 거겠고, 시간이 지날수록 추억이 차..
2015년 12월 28일. [오늘의 음악] 새로운 것 어제는 갑자기 메일로 ‘다급한 일’이라여 메일이 왔다. 놀라서 열어보니 어떤 사이트의 운영자가 내 글을 표절하고 있었다고 한다. 대체 이 작은 블로그에까지 들어와서 표절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놀라웠다.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니 완전히 가져다 베낀 것은 아니고, 내 글을 주로 참고해 글을 썼는데 출처 명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비공개 카페라고 하니 들어가서 확인해볼 수는 없었지만, 안에서 적당히 처리가 된 모양이었다. 나는 다만 다음부터는 출처 표기를 잘 해주었으면 좋겠다고만 의사를 전달했다.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참 양질의 정보가 많은데 왜 하필이면 이 블로그였을지, 그게 놀라웠다. 거기에 완전히 똑같지도 않은 글을 어떻게 찾아서 나..
2015년 12월 27일. [오늘의 음악] 여행 어린 시절, 소풍 가는 전날 밤 잠을 설치던 기억까지는 꼭 되짚어 돌아가지 않아도 좋다. 언제나 여행의 전날 밤은 설레기 마련이다. 아주 짧은 여행이라도 그렇고, 돌아오지 않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도 그렇다. 잠을 설치는 정도를 넘어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 결국 해 뜨는 것까지 보고야 마는 사람도 있고, 마음 편히 일찍 잠들었다가 일찌감치 일어나 해 뜨는 것을 보는 사람도 있다. 여행의 종류도, 그리고 설렘의 종류도 사람마다 가지각색이다. 나는 여행 가는 일을 즐긴다. 뭐 사실 아침에 일어나 그 귀찮음을 떨쳐버리는 게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서울에 올라온 뒤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일을 즐기게 됐다. 궁궐대모험을 떠나기도 하고, 참배대모험을 기획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