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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2일. 에든버러&더블린: 성 자일스 성당, 엘리펀트 하우스 본문

공간을 읽다/[여행] 2016 영국&아일랜드

2016년 2월 22일. 에든버러&더블린: 성 자일스 성당, 엘리펀트 하우스

Widerstand365 2019.06.18 12:02

다시 다음 날이다. 무거운 배낭을 들고 다시 숙소에서 나온다.

 에든버러에는 이런 전차가 다니고 있다. 유럽에는 전차가 다니는 도시가 많지만, 사실 많은 경우 오래 전에 깔았던 선로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경제성을 위해서 전차가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뭐 그렇지 않은가. 굳이 교통 체증 일으키고, 선로 까는 데 많은 예산이 필요한 전차를 이 시점에 와서 설치할 이유는 별로 없다. 지하철을 만들거나, BRT 같은 시스템을 더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에든버러는, 1871년에 트램이 처음 만들어져 1956년까지 운행했었다. 이후에는 경제성의 문제로 트램이 철거되었고, 대중교통은 버스와 기차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다시 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고, 공모를 통해 2008년부터 트램 착공에 들어갔다. 2013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에든버러 중심가를 지나가는 데도 불구하고 지하철 노선이 아니라 트램을 만든 것은, 아마 주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는 지반 때문에, 비용의 문제이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트램이라고 해서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아니라서, 처음 3억 7천 5백만 파운드 정도를 생각했던 건설 비용은 결국 7억 7천 6백만 파운드로, 예정보다 두 배 가까운 예산을 사용하게 되었다. 1조원 정도 되는 돈이 든 것이다. 공항에서 웨이벌리 역 부근까지 운행하는데, 해봐야 15km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다. 중간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건설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런 만큼 요금도 싼 편은 아니고, 티켓을 발권하면 거스름돈을 주지 않으시는 패기를 발휘하신다. 잔돈 챙겨서 가기로 하자.

 아무튼 이렇게 숙소에서 중심가로 나왔다. 밤새 비가 와서 거리는 비에 젖었다. 이제 겨우 사흘 째, 시간으로 따지면 48시간도 되지 않았을 텐데 벌써 도시의 곳곳이 익숙해지고, 그런 만큼 이 도시에 애정을 가지게 된다.

 그냥 무작정 걷는 것도 좋다. 아직 저녁에 탈 비행기 시간은 한참 남아 있다.

 그리고 도착한 것은 성 자일스 성당. 에든버러의 대표적인 가톨릭 성당이다. 스코틀랜드는 주로 장로교를 믿기는 하지만, 가톨릭 신자 역시 상당수 존재한다. 이 성당은 에든버러 가톨릭의 중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성당이다.

 자일스 성인은 에든버러의 수호 성인인데, 사실 에든버러와 썩 관련이 있으신 분은 아니다. 아테네에서 태어나셔서 남부 프랑스에서 거주한 분이시다. 그래서 프랑스 남부에 생질Saint-Gille 사원을 만들었고, 자일스 성인의 대표적인 유적은 이 생질 사원으로 꼽힌다. 다만 중세 자일스 성인에 대한 존경과 숭배는 유럽 전역에 광범위하게 퍼졌고, 덕분에 이역만리 에든버러의 수호 성인이 되기도 하셨다. 에든버러 말고 다른 도시에도, 자일스 성인의 성유물을 가지고 있는 도시는 유럽 곳곳에 많이 있다고 한다.

 성당은 고딕 양식의 특징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전면에 넓은 창이 보이고, 천장은 단순한 원통형이 아니라 X자로 교차된 궁륭vault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궁륭을 교차형으로 지은 덕에 천장에 꼭지점이 생기고, 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성당이 처음 지어진 것은 14세기 말 즈음이라고 한다. 한창 고딕 양식이 퍼져나가고 있었던 시점이다. 다만 현재의 건물은 19세기 이후 많은 부분이 복원, 변형되었다.

 내부에는 약간 뜬금없긴 하지만, 한국전쟁에 참여한 영국군을 기리는 책자가 마련되어 있다. 그려져 있는 건물은 사실 한국식보다는 중국식에 가까워 보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고마운 자리니 고맙게 넘어가도록 하자.

 "신이 있는 한, 단 한 사람도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 아아, 애국보수라면 반드시 들려야 할 공간이 아닐까! 제발 한국인이면 에든버러좀응원합시다!

 아무튼 성 자일스 성당에서 나와 엘리펀트 하우스에 들렸다. 그냥 평범한 카페에 불과하다. 위치도 평범하고, 내부도 평범하다. 잘 모르지만, 커피맛도 인상깊을 만큼 특별하지는 않았다. 다만 한 가지 특별한 것은 손님이다.

 무려 조앤 K. 롤링께서 이 카페에 앉아 해리 포터를 집필하셨다고 한다. 해리 포터의 출생지라는 홍보 문구를 붙여 두고 계시고, 심지어 중국어로는 '마법 카페'라는 놀라운 이름을 달고 계신다. 당연히 사람은 좀 많은 편이다.

 아무튼 이제 에든버러를 떠날 시간이다. 1조원 들어간 전철께서도 공항까지 연결을 해 주지만, 역시 값이 비싼 탓에 버스를 타고 가면 훨씬 편하다. 영국의 상징 2층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공항에서 꽤나 시간을 때운 뒤, 에어 링구스 항공기를 타고 더블린으로 향한다. 그러고보니 생애 처음 타 본 봉바르디에 Q-400 항공기였다. 프롭기를 타본 것이 처음이었는데, 프로펠러 바로 옆에 탄 시끄럽고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더블린 공항에 도착한다.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는 국경 개방 조약을 통해 사람의 이동이 자유롭고, EU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면서 세관 검사 역시 없어졌다.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를 오갈 때에는 입국심사나 세관 검사 없이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결국 이 국경 문제 때문에 영국은 브렉시트를 못 하고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고, EU 단일시장을 탈퇴하면 영국의 일부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공화국 사이 국경 검문소를 설치해야만 한다. 그래야 EU와 영국 사이 제대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이게 그냥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라면 괜찮지만,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곤란하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 사이 국경 검문소가 설치된다면, 아일랜드 독립주의자 분들의 심기를 거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일랜드 독립주의 세력은 유럽 최후의 강력한 무장 조직 중 하나가 아니었던가.

 결국 영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EU는 탈퇴하되 관세동맹에는 잔류하는 그나마 최선의 타협안을 테레사 메이 총리께서 내놓으셨으나, 이게 브렉시트의 효과를 감쇄한다는 점에서 보수당 내 반발이 있었다. 결국 영국은 이것 때문에 브렉시트를 오는 10월까지 미루었고, 5월 유럽의회 선거까지 참여하시면서 브렉시트를 흐지부지하게 만들고 계신 중이다.

 아무튼 이렇게, 당시에는 영국에서 아무 절차도 없이 갈 수 있었던 더블린에 도착했다. 이렇게 쉽게 더블린으로 향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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