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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9일. 런던&뉴캐슬: 셜록 홈즈 박물관, 킹스 크로스 역 본문

공간을 읽다/[여행] 2016 영국&아일랜드

2016년 2월 19일. 런던&뉴캐슬: 셜록 홈즈 박물관, 킹스 크로스 역

Widerstand365 2019.06.15 07:29

 2년쯤 전에 영국 여행기를 연재하다가 그만뒀었다. 일이 갑자기 바빠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벽의 뉴스브리핑을 시작하면서 여행기는 건드릴 틈이 없었다. 이제는 조금 시간이 비고, 왜인지 중간에 끊어져버린 여행기가 아쉬워서 계속하기로 했다. 다음 날로 이어진다. 다음 날은 2월 19일인 모양이다.

 

 다음 날은 우선 셜록 홈즈 박물관에 들렸다. 뭐 아서 코난 도일이 집필한 <셜록 홈즈Shrelock Holmes>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영국 드라마 <셜록>을 포함해 현재까지도 꾸준히 리메이크 되고 있는 작품이니까. 셜록 홈즈라는 인물이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이 1887년이니, 이제 130년 넘는 세월을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셜록 홈즈 박물관은, 저 유명한 주소인 베이커 가Baker Street 221B에 있다. 작중 셜록 홈즈의 집이자 탐정 사무소가 있던 곳이다. 베이커 가 역에 가면 저렇게 셜록 홈즈를 모티프로 한 장식이 있다.

 물론 '베이커 가 221B'라는 지명은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 시리즈를 집필할 때에 실제로 있던 지명은 아니었다. '베이커 가'라는 거리 자체는 18세기에 만들어진 거리다. 그러니 <셜록 홈즈>가 나왔을 때 '베이커 가'라는 거리가 있기는 했다. 당시에는 꽤 부유한 사람들이 살던 거리였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베이커 가에는 221B라는 번지는 없었다. 나중에 길을 확장하면서 만들어진 번지수다. 처음 길을 확장할 때만 해도 221B는 "애비 내셔널Abbey National"이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주소였다. 그러다가 1990년에, 실제 221B와 조금 떨어진 곳에 셜록 홈즈 박물관을 만들게 되었다.

  그래서 이 셜록 홈즈 박물관은 실제로는 베이커 가 237번지와 241번지 사이에 있다. 실제로는 221B라는 번지를 받을 수 없는 자리인 셈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베이커 가 221B로 편지를 보내도 이 곳이 아닌 애비 내셔널 건물로 편지가 갔다고 한다. 이러한 나름의 '분쟁'은 2002년에 애비 내셔널이 건물을 옮기면서 해소되었고, 셜록 홈즈 박물관은 유일한 221B로 남게 되었다는 후문이 있다. 이렇게 마음대로 번지를 옮기는 바람에 벌어진 갈등이야말로 참으로 영국답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역시 영국이 남긴 역작 셜록 홈즈 다운 이야기가 아닌가.

 베이커 가 역에서 내려 조금 걷다 보면 이런 풍경이 보인다. 왜인지 어색한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면 성공이다. 저 앞에 늘 서 계시는 근위병 -이라고 쓰고 사진 찍어주시는 분 이라고 읽는- 분이시다.

 박물관은 이렇게 생겼다. 1층은 기념품점으로 만들어져 있고, 2층부터가 박물관이다. 1층에서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내부는 전형적인 영국식 집이다. 방 자체는 좁고, 높은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부에는 이런 인형들과 장식품으로 가득하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팬이라면 기억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아이템들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셜록 홈즈는 열심히 안 읽어서 잘 모르겠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왓슨. 썩 완성도가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뭐 언제나 책에 나오는 인물이나 배경을 재현한다는 것은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일이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박물관을 지을 때 아서 코난 도일의 딸인 진 코난 도일Jean Conan Doyle은 이 박물관의 개장에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마지막에는 동의하긴 하지만 말이다. 진 코난 도일이라는 사람도 '경Dame' 칭호까지 받은 사람이고, 나름 공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준장까지 진급해 한때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명예 전속부관으로 임명되기도 했었다. 본인 사후에는 가지고 있던 아버지 관련 재산권을 전부 왕립맹인협회Royal National Institute of Blind에 기증하기도 했다. 본인이 조종사임에도 불구하고, 시력은 태생적으로 좋지 않은 편이었다고 한다.

 뭐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셜록 홈즈 박물관은 빠르게 다 볼 수 있다. 규모는 썩 크지 않고, 박물관이라고 해 봐야 오래된 물건은 아무것도 없다. 진 코난 도일은 이 박물관에 아서 코난 도일을 위한 방을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남은 아서 코난 도일의 유품들은 전부 경매를 통해 매각되었다. 여기에는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는 다음 도시로의 이동을 위해 역으로 이동했다. 킹스 크로스 역King's Cross Station이다. 이 곳에는 킹스 크로스 지하철 역과, 킹스 크로스 기차역, 그리고 세인트 팬크라스 역이 함께 위치해 있다. 파리로 가는 국제열차인 유로스타는 옆에 있는 세인트 팬크라스 역에서 출발하고, 이곳에서는 주로 국내 주요 도시로 가는 열차가 출발한다. 나름 영국에서 가장 바쁜 역이다.

 이 역은 1852년에 북방철도Great Northern Railway라는 회사 소유의 기차역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난개발을 거듭한 영국의 철도 회사들이 결국 국가에 의해 네 개 회사로 통합되면서 런던-동북방철도London and North Eastern Railway의 소유가 되었다. 이 회사는 1948년에 국유화되었고, 지금까지도 넷워크 레일Network Rail이라는 공기업이 킹스 크로스 역을 소유하고 있다.

 사실 그 사이에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고, 킹스 크로스 역은 런던의 대표적인 역인 만큼 그 안에 영국 철도의 역사가 담겨있기도 하다. 영국 철도의 역사는 민영화와 국유화, 또 버블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해 볼 만 하고. 하지만 우리가 킹스 크로스 역의 이름을 들어본 것은 당연히 그런 이유는 아니다. 당연히.....

 9와 4분의 3 승강장 때문이 아닌가! <해리 포터> 작품 속에서는 9번 승강장과 10번 승강장 사이 벽으로 뛰어들면 9와 4분의 3 승강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9번과 10번 사이 벽으로 뛰어들면.... 당연히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아프기만 하다.

 몸만 아픈 것은 아니다. 실제 승강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열차 티켓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호그와트 급행열차 티켓 같은 건 머글 세계에서 통하지 않는다. 실제 열차 티켓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큰 맘 먹고 티켓까지 끊어서 안에 들어갔는데 벽에만 부딪히고 호그와트 따위 가지도 못하면 마음도 아프다.

 그래서 우리의 친절한 듯 안 친절한 영국인들은 플랫폼 바깥에서, 마음은 빼고 몸만 아플 수 있는 9와 4분의 3 승강장을 만들었다. 사진 속에 보이는 곳이, 대합실 한 켠에서 만날 수 있는 9와 4분의 3 승강장이다. 물론 실제로는 다들 전시된 트롤리를 잡고 사진만 찍고 가니,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고 9와 4분의 3 승강장에 가지 못하는 실패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생각보다 줄은 길다.

 아무튼 이렇게 생긴 꽤나 큰 역에서 시간을 때운다. 여행할 때는 시간을 넉넉하게 짜 두는 편인데, 매우 넉넉했던 덕분에 아주 오래 대합실에 앉아서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미리 표를 예약해 둔 덕분에 기차 시간을 당기지도 못했다. 그래도 여기는 실내라 춥지는 않았다. 그 따뜻함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내일 알게 된다.

 그리고는 기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뉴캐슬에 도착한다. 3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도착하고 나면 이미 어두운 밤이다. 숙소까지 거리가 좀 있어 버스를 탔는데, 불친절한 안내방송 덕분에 한 정거장 늦게 내렸다. 덕분에 뉴캐슬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물론 피곤함에 빨리 숙소에 들어가려고, 걷는 와중에 찍은 덕분에 사진은 썩 좋지 않다.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거기도 하고.

 아무튼 이렇게 뉴캐슬, 정확히는 뉴캐슬 어폰 타인Newcastle Upon Tyne에 도착한다. 타인 강 주변의 뉴캐슬이라는 의미다. 뉴캐슬은 영국에만 두 개가 있고, 미국에도 여러 개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도 큰 도시 하나가 있고. 영국에 있는 뉴캐슬 어폰 타인은 로마 시대부터 존재했던 유서깊은 도시고, 로마의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쌓은 '하드리아누스 방벽Hadrian's Wall'이 있던 도시이기도 했다. '하드리아누스 방벽'은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장벽The Wall의 모티프가 되었다고도 한다.

 물론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도시로, 산업혁명 시대 크게 성장한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은 뉴캐슬 대학교나, 노섬브리아 대학교 같은 중요한 교육기관이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물론 이 도시를 여행지 중 하나로 선택한 것은 이런 이유는 아니고..... 그냥 중부에 있어서 골랐다. 사실 인구 30만, 광역인구 160만으로 아주 큰 도시도 아니고, 축구 팀이 있다는 것 같기는 한데 이름만 들어본 수준이었다.

 중부 어디 한 군데를 가야 할 것 같은데 마땅한 곳을 찾다가 눈에 띈 도시였다. 사실은 리즈Leeds에 갈까 했는데, 눈에 띄는 관광지는 없어서 뉴캐슬을 선택했다. 리즈를 고민했던 것은 당연히 리즈시절 드립을 치기 위해서 아무 생각 없이 고른 것이었는데, 막상 갔다면 또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아무 생각 없이 고른 뉴캐슬도 좋았으니까.

 

 그리고 뉴캐슬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다음으로 넘기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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