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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읽다/[기타] 남겨진 이야기들

R.I.P. 물뚝심송 박성호

Widerstand365 2018. 5. 15. 20:58

 5월 12일. 물뚝심송 박성호 님이 돌아가셨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는 경황이 없어서 말을 잘 고르지 못했다. 지금이라고 딱히 감정이 정리되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무어라도 기록을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쓴다.


 5월 4일, 병문안을 갔었다. 어쩌면 마지막일 것이라는 불안감을 억누르면서, 한 편으로는 마음을 추스를 준비를 하면서. 결국 그게 마지막이 되었다. 마음의 준비라는 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첫 날 장례에 갔었고, 마지막 날 결국 수업을 빼고 발인과 화장, 안치에 함께했다. 환타님이 불 들어가는 거 보면 멘붕이 올 거라며 약간 겁을 줬지만ㅎㅎ, 승화장은 불 들어가는 게 직접 보이는 구조는 아니었다. 수원으로 가 가족묘에 안치하고 나와서는 일행들과 차 한잔을 하고 헤어졌다. 마음이 허하더라. 첫 날보다 더 그런 것 같았다. 이제 정말 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따지고 보면 물뚝님과 만난 건 오래 되지도 않았다. 처음 방송을 접한 건 5-6년 쯤 된 것 같고, 개인적으로 알게 된 건 3-4년쯤 된 것 같다. 그 사이 '새벽의 뉴스브리핑' 감수 도움도 주셨고, 종종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직접 만난 횟수는 손에 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만날 때마다 새로운 통찰을 주는 사람이었고, 의견을 가져야 할 때마다 교본이 되어 주는 사람이었다. 그건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 마지막을 맞는 태도도 그랬다.

 그래서,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 잘 가고 있는 거죠?" 하는 물음에 답을 줄 사람이 사라진 것 같았다.


 가족 분들은 기억해 달라고 하셨다. 가끔 한 번씩, 이런 사람이 있었지, 생각해 달라고 하셨다.

 "확실한 것은 단 한 가지. 세상은 분명 변하고 있다."

 인간의 선의와 세상의 진보에 대한 확신. 그 근거 없는 확신이 세상을 앞으로 움직인다는, 그 믿음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것이 우리가 그를 기억하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이승 의견가에서 이제는 저승 의견가로ㅎㅎ. 언젠가 또 만나게 되면, 이번에는 저승의 모든 것에 대한 지침서가 되어 주시리라 믿는다. 언제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잘 가요. 아프지 마시길. 평안하시길. 그 곳에서는 하고 싶은 말 양껏 하시며 지내시길.


 여기는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몫이 되었다.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 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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