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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아란타로 가다」 (설흔, 생각과 느낌) 본문

그들을 읽다/[독서] 책장을 덮고

「소년, 아란타로 가다」 (설흔, 생각과 느낌)

Widerstand365 2012. 9. 4. 22:55

 

 

 

 

아란타?

 소년은 아란타(阿蘭陀)로 떠난다. 아란타는 어디일까? 이 나라는 화란(和蘭), 화란타(和蘭陀), 하란(荷蘭)이라고도 불린다. 그렇다. 네덜란드(Netherland)이다. 한자 표기는 네덜란드의 지역인 Holland라는 곳의 이름에서 따왔다. 조선의 소년이 어째서 아란타로 떠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소년은 왜 아란타로 떠나려 하였을까. 그것을 조선 사회에 묻고자 한다.

 

 

청유와 이언진

 청유에게 이언진은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다. 수백 개의 시를 왜인(倭人)들에게 슥 지어주고는 그 시를 다 외우는 비상한 재주, 문장력, 능력과 순발력, 게다가 다양한 분야에 지닌 지식까지. 청유는 이언진처럼 되고자 하는 존재이다. 청유와 이언진의 관계는 그렇게 맺어진 관계였고, 그래서 청유는 이언진의 죽음에 더 큰 의미를 부과하게 된다.

 

 

이정, 장유한 그리고 재물

 조선 사회는 재물을 쫓는 사회였다. 목숨을 걸고 인삼 밀매를 하고, 상아 밀매를 하는 장소였다. 그런 조선에서 청유는 두 인물을 보게 된다. 이정과 장유한이다. 이정은 세계에 대한 안목이 있고, 청유를 도와주는 긍정적 인물로 묘사된다. 장유한은 청유를 도와주긴 하나 본질적으로 세속적인 인물이다. 청유에게 보이는 통신사 제의 들의 호의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후반부로 접어들며 이정의 이미지는 변모한다. 청유의 아버지와 동업 관계였으나 이익을 독접하기 위해서 친구였던 청유의 아버지를 모함하고 이간질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이가 이정이었다. 장유한을 제거한 이도 이정이었다. 이정의 딸을 연모하기도 한 청유는 이정에 대한 존경심을 뿌리뽑힌다. 그렇게 존경하던 이정도 본질은 세속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이언진과 청유가 바라본 조선의 현실이었다.

 

 

조선에서는 문을 부술 수 없다.

 이언진은 말한다. 성대중은 멋진 인물이라고, 문을 두드리다 보면 언젠가는 문이 열리리라고 믿고 포기하지 않는 이라고. 하지만 '멋진'이라고 말하면서 이언진 자신은 다르다고 말한다. 기다리다 보면 문이 열리리라고 믿는 인물은 아니다, 이언진은. 이언진 문을 부수고 뒤엎겠다고 말한다. '시'라는 무기로 그 문을 부수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청유에게, 아니 우리에게 하나의 물음을 던진다.

 

너는, 무엇으로 문을 부수겠느냐? 

 

 하지만 이언진의 말년은 비참했다. 연암 박지원과의 관계에서 실패한 그는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결국 그는 젊은 나이에 병들어 요절한다. 그는 '시'로 문을 부수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에 청유에게 말한다. 자신의 시를 모두 불태우라고. 조선에서는 이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청유는 조선에서 문이 열리지 않아도 일본에서, 외국에서 충분히 문을 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조선이 아닌 다른 곳에서 문을 부수자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이언진은 조선에서 삶을 마감한다. 이언진의 죽음 소식을 들은 박지원은 통곡한다. 박지원이 이언진에게 험하게 말한 것은 그 비상한 재주에 자만하지 말라는 의미였다고 말하며.

 

 

그래서 소년은, 아란타로 간다.

 소년은 이언진에게 말했다. 조선을 떠나자고. 하지만 이언진은 조선을 떠나지 않았다. 청유는 아란타로 떠난다. 조선 밖에서 문을 부수러 간다. 이언진과 일본에 있었을 때 들었던 아란타라는 생소한 국가로 떠나려는 마음을 품는다. 홍이(紅夷)를 향해 떠난다. 그들은 이언진의, 그리고 청유에게 문을 열어줄 이이기 때문에.

 

 

이언진은 오늘에 이르러 우리에게도 삶 전체를 통해 한가지 질문을 던진다.

 

"너는, 무엇으로 문을 부수겠느냐?"

  -청유와 함께 아란타로 가겠느냐?

  -성대중과 함꼐 문 앞에서 기다리겠느냐?

  -이언진과 함꼐 문을 부수겠느냐?

1 Comments
  • 프로필사진 사과먹보 2020.06.07 22:31 읽고서 펑펑 울었습니다.
    세상에서 버림받고 쓰러진 이언진의 비상함이, 세상에서 상처받고 뿌리채 뽑혀 먼나라로 떠나는 청유의 인생이 너무너무 아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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