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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읽다/[독서] 책장을 덮고

「진실유포죄」 (박경신 저, 다산초당)

Widerstand365 2012. 9. 3. 22:39

 

 

 

법학자 박경신, 표현의 자유를 외치다.

 우선 표지를 보자. 한 사람이 화살에 찔려 넘어져 있는 데 사람들은 그냥 슥 지나치며 말한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야" "남의 일이야"라고.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며 쓰러진 이는 조용히 말한다. "나도 그런 줄 알았지"라고. 이 표지가 암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제약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로 언젠가 우리에게 다가오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명예훼손죄

 대한민국에는 아주 '특별한' 범죄가 하나 있다. '명예훼손죄'라는 이름을 가진 범죄이다. 이것이 '특별한' 법안인 이유는 OECD 34개국에서 극소수의 국가만이 지니고 있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몇몇' 국가들에서도 명예훼손죄는 이미 사문화된 법일 뿐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에서는 '진실'을 유포한 것도 명예훼손죌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조문을 보자.

 

제 307조 (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 307조 1항과 2항의 내용이다.

 

 명예훼손이라는 조항 자체도 잘못되었지만, 제 1항의 '진실유포죄'의 경우에는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저자는 명예훼손죄의 축소를 주장한다. 형법으로 하여금 명예훼손죄를 범죄로 규정하는 OECD 국가는 사문화된 몇몇 국가밖에는 없지만, 민사상의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는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독일을 들 수 있다. 독일에서 명예훼손죄는 범죄(crime)이 아닌 불법 행위(tort)로 규정된다. 범죄는 형사상 처벌이 가능하지만, 불법 행위는 민사상 처벌만이 가능하다.

 

 

모욕죄

 모욕죄 또한 많은 국가에서 사라진 조항이기도 하다. 물론 '모욕' 자체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국가에서는 모욕죄 대신 혐오죄를 적용한다. 모욕죄 적용의 근거가 되는 조항을 보자.

 

제 311조 (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권력관계'이다. 생각해 보자. A가 B를 모욕죄로 고소하였다. A와 B중 누가 권력관계에서의 강자일 확률이 높을까? 우리 사회에선 A가 강자일 확률이 높다. 모욕죄가 강자가 약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경향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 대안으로 서구 사회에서는 혐오죄를 내놓았다. 혐오죄란, 명확한 권력관계를 전제로 하는 범죄이다. 강자가 약자를 모욕하였을 때에만 범죄로 취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독일의 유태인 학살 부인죄나 서구의 인종차별 금지 조항 등을 들 수 있다.

 

 

나의 SNS를 검열하라

 서기호 전 판사가 판사 시절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방통위는 나의 트윗을 적극 심의하라"라고. 이 날은 방송통신위원회가 SNS를 심의하는 전담팀을 만들어 활동을 개시한 날이었다. SNS 검열·콘텐츠의 사후심의 등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겸열'이라는 것이 남아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책 본문 일부를 인용하도록 한다.

 

49차 통신소위세너는 'DPRK North Korea Connection'이라는 페이스분 계정 전체가 차단됐다(가-1775). 이 계정에 올라온 글의 대부분은 다른 웹페이지로의 링크였는데, 그 중 하나는 북한 정치수용소를 폐지하라는 운동을 벌이는 단체였다. 이외에도 유명 남한가수들이 등장해 이산가족 재회의 염원을 노래했던 동영샹의 링크도 차단되었다.

 

 

이에서 보듯이, SNS 검열은 '링크'의 검열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명백하고 실존적인 위험

 명예훼손을 민사상 사건으로 처벌하는 데에도 조건이 있다. '명백하고 실존적인 위협'이 있음을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원고가 입증해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명예훼손은 적용될 수 없다.

 

 

남은 이야기들

 형법 제 307조를 제외하고도 명예훼손을 적용할 수 있는 형법적 근거는 여럿 있다. 살펴보도록 하자.

 

제 308조 (사자의 명예훼손)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09조 (출판물등에 의한 명예훼손)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 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 1항의 방법으로 제307조 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형법 제 307조 1항, 진실유포죄의 적용을 제한하는 법적 근거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의 적용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법령 적용상의 문제가 있다.

 

제 310조 (위법성의 조각)

 제 307조 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한가지 더 문제를 제기하자면, 대한민국 헌법에는 직접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조항이 없다. 언론의 자유, 출판의 자유,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 여러 다른 조항에 따라 간접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언급한 조항은 발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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