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시대가 그와 함께 지다.




어제 밤에 글을 쓰고 자리에 누워 휴대폰을 켰는데 경향신문 속보가 푸쉬알림으로 떠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사망.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인지 복잡한 기분에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다. 겨우겨우 든 잠에서도 악몽을 몇 차롄가 꾸고 깨어났다.


나는 1997년 2월에 태어났다. 김영삼 정권이 끝나기 1년 전쯤에 세상을 본 셈이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김영삼에 대한 정치적 기억은 내 머릿속에 없다. 김영삼이라는 정치인에 대해 처음 본 것은 어떤 만화책에서였던 것 같고, 그의 얼굴을 TV에서 처음 본 것은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 때였던 것 같다. 만화책에서 봤던 외모와 의외로 비슷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마 김영삼은 내가 역사책으로 공부한 가장 최근의 정치인일 것이다.


내가 가진 최초의 정치적 기억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통령 선거였다. 그렇기에 나는 YS와 DJ를 역사책으로 공부했다. 어쩌면 내가 양김의 시대를 현실이 아니라 역사로 공부한 첫 세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YS의 죽음에 아찔했던 것은 그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노무현을 정계에 끌어들인 것이 김영삼이었다. 하지만 또 김무성을 정계에 끌어들인 것이 김영삼이었다. 가장 투쟁적인 민주화 열사였다. 그것은 어제 잠깐 찾아본 그의 연설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3당 합당으로 대한민국의 독재정치 타도를 어렵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말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역사가 곧 우리고 우리가 곧 역사다.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말은 판단을 회피하려고 하는 단순한 직무유기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양김 대한 판단을 역사에 맡기자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내가 직접 판단하고 싶다. 그에 대해 공부하려면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느리더라도 확실히 판단하고 싶다. 그것이 어쩌면 정치인으로서의 YS를 한 번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던 첫 세대에게 남은 새로운 의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DJ가 새 시대의 첫차와 같은 느낌이라면, YS는 구시대의 막차와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정말로 그 막차가 떠났다. 한 시대가 뚝 끊어진 느낌이다.


김영삼의 죽음과 함께 맞이할 새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민주화의 과거는 하나둘 죽어가는데 독재의 과거는 생생하게 살아남아 현실로 다가온다. 처참하다. 이제는 잘 모르겠다. 이겨야 한다, 그런 생각밖에 남지 않는다. 그게 이제는 역사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제단에 바칠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인 것 같아서.


RIP. 남겨진 일들은, 남은 자들의 것일 뿐. 그 굴곡진 삶을 뒤로하고 이제는 편히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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