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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7일 (1). 런던: 버킹엄 궁전, 웰링턴 아치, 웨스트민스터 성당 본문

공간을 읽다/[여행] 2016 영국&아일랜드

2016년 2월 17일 (1). 런던: 버킹엄 궁전, 웰링턴 아치, 웨스트민스터 성당

Widerstand365 2017.06.28 21:45

2016년 2월 17일 (1)

런던: 버킹엄 궁전, 웰링턴 아치, 웨스트민스터 성당



 런던에서 매일 먹던 아침밥. 호스텔에서 조식을 든든하게 먹고, 오후 3시쯤에 한 끼를 챙겨 먹으면 살만 하다. 거의 여행 내내 이렇게 호스텔 조식 한 끼에 외식 한 끼 먹으면서 생활했다.



 숙소에서 나오면 이런 길을 걸어가게 된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버킹엄 궁전. 영국의 왕이 살고 있는 궁전이다. 앞에는 저렇게 위쪽만 금색으로 칠해 놓은 분수대가 있다. '빅토리아 메모리얼'이라는 곳인데, 그래도 나름 오래된 녀석이다.


 


 궁전의 모습. 화려하지만 뭔가 넘어가려 하면 진짜 죽일 것 처럼 방비하고 있다.

 생각보다 건물 자체가 엄청나게 큰 편은 아니다. 물론 내 방보다는 20만배쯤 크다. 그래도 건물 뒤의 정원이 상당히 큰 편이고, 무엇보다 영국 왕이 가지고 있는 집이 이거 하나만 있는 편도 아니다. 나중에 보겠지만 에든버러에도 궁전이 하나 있고, 무엇보다 윈저 왕가의 상징인 윈저 성이 아직 버크셔 주에 남아 있다. 이곳보다 역사도 오래되고, 훨씬 잘 지어진 성이다. 사실 윈저 왕가의 윈저 성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이기도 하다. 1000여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성이니까.

 반면 버킹엄 궁전은 역사를 아무리 오래 잡아봐야 이 자리에 처음 건물이 들어섰던 1703년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 버킹엄 공작이 개인 저택으로 지은 집이었는데, 이걸 1761년에 조지 3세가 구입하고 1825년에 대규모 개축을 거치면서 현재의 모습과 유사해졌다.

 지속적으로 개축되었긴 하지만, 아무튼 오래된 집이라 내부 사정이 그리 좋지는 않은 모양이다. 최근 꽤 오랜 기간 동안 수리되지 않은 곳들이 있고, 덕분에 유지비가 상당히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어차피 우리 집보다 한참 좋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



 건물 자체는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잘 만들어진 편이다. 왜 독재자나 군주들은 꼭 고전주의 양식을 좋아하는 걸까. 이거슨 고대 로마부터 영국의 버킹엄 궁전, 심지어 한국의 세종문화회관까지 이어지는 동서고금의 전통.

 왕실이 홀리루드 궁전에서 지내는 6월에서 8월 사이에는 내부 관람도 가능하다고 하다. 입장료는 곧 윈저 성의 복원 기금으로 사용되는 돌려막기 시스템이다.




 시간이 남아서 넘어가면 3초 안에 사망할 수 있을 것 같은 울타리를 따라 궁전의 옆쪽으로 쭉 올라와 봤다. '컨스티튜셔널 힐Constitutional Hill'이라는 요상한 이름의 길을 걸어 올라오면 '웰링턴 아치Wellington Arch'라는 19세기 초반의 건축물이 있다. 그냥 잘생긴 문 하나 같지만 생각보다 역사는 복잡하다.

 대다수의 이런 건축물들이 그렇듯이 이 문은 개선문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나폴레옹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웰링턴 장군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문이다.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조지 4세가 개선문 건축을 명령했고, 곧 1830년 문의 건축이 완료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위에 저런 화려한 조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저 조각은 '쿼드리가'라고 불리는 고대 로마 승리의 도상이다. 네 마리 말이 끌고 있는 전차로, 전차에 타고 있는 사람 역시 승리의 여신인 니케다. 처음 이 문이 만들어졌을 때에도 이 쿼드리가가 조각되어 있었는데, 건축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846년에 이 문이 웰링턴 장군의 동상 위치로 선정되면서 저 쿼드리가가 치워지고 문 위에 웰링턴 장군의 동상을 얹었다.

 무려, 


 이렇게 얹어 두었다.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마치 조선시대에 나타난 마돈나같은 비주얼이다. 문도 잘 만들었고 동상도 잘 만들었지만, 마치 된장찌개가 먹고 싶은데 딸기가 제철이라고 딸기맛 된장찌개를 만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처음 동상을 세웠을 때부터 교체 여론이 상당했었다. 결국 동상 위치를 옮기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웰링턴 장군이 살아있을 때는 좀 그렇다는 뭔가 이상한 이유로 공사는 연기되었다. 결국 웰링턴 장군이 사망하고, 1882년에 도로 확장 문제 때문에 이 문을 현재의 자리로 200m 정도 옮기는 과정에서 동상은 떼어서 '앨더숏'이라는 곳으로 옮겨졌다. 이곳은 영국군 최초의 훈련소가 만들어져 '영국군의 집'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후 1912년에 최종적으로 원래 모양이었던 콰드리가를 복원해서 얹어 두었다. 그래도 지금의 도상이 과거의 뭔가 어색한 저 조합보다는 더 나은 것 같다.


 아무튼 시간이 흘러서 다시 버킹엄 궁전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한다.



  근위병 교대식이 있는 날이었다. 교대야 뭐 맨날 하겠지만, 교대식은 이틀의 한 번 정해진 시간에 한다. 시간에 맞춰서 가면 왕실 전체가 가지고 있는 근위병보다 훨씬 많을 것 같은 인파를 볼 수 있다. 이 인파가 함께 궁궐 침입을 시도하면 왠지 성공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근위병 교대식이라지만 사실 별로 볼 것은 없다. 군악대 좀 지나가고 말 몇 마리 지나가고 나면 끝난다. 기대했다면 허무한 결말만을 맞게 된다. 그래도 이 많은 인파를 대하면서 친절함을 잃지 않는 경찰들과 그들이 차고 있는 공기총을 보고 있으면 침입을 일으킬 마음은 사라진다.



 실망스러운 근위병 교대식을 마치고 다음으로 가게 된 곳은 웨스트민스터 가톨릭 성당. 런던 웨스트민스터 지역에는 큰 성당이 두 개 있는데, 그게 '웨스트민스터 가톨릭 성당Westminster Cathedral'과 '웨스트민스터 성공회 사원Westminster Abbey'이다. 그냥 둘 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나 '웨스트민스터 성당'으로 혼재되어 불리는 탓에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이곳은 가톨릭 성당. 다음에 갈 곳이 성공회 사원이다. 여기서는 '웨스트민스터 성당'과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분리해서 부르기로 하자.

 웨스트민스터 성당은 오래됐을 것 같이 보이지만, 생각보다 그리 오래된 녀석은 아니다. 뭐 사실 성공회 지역이었던 영국에 크고 오래된 가톨릭 성당이, 그것도 왕궁 옆 한복판에 잘 살아남아 있을 것 같지는 않다. 1903년에 처음 문을 연 성당이다. 뭐 그래도 대한제국 멸망하기 전에 지은 건물이기는 하다. 그래도 한 300년쯤은 됐을 줄 알았지...

 건축적으로는 비잔틴 양식을 따르고 있다. 내부에는 모자이크도 꽤 많다.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어 찍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꽤 편안한 공간이다. 나는 여행을 다닐 때 성당 안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 앉을 수 있는 의자도 있고, 오래 있어도 아무도 쫓아내지 않고, 가끔 미사 시간에 맞추면 좋은 구경도 할 수 있고, 뭐 그렇다. 무엇보다 성당 안에서 소매치기를 할 도둑은 없을 테니 마음도 좀 놓인다.

 세 나무문 위를 크게 둘러싸고 있는 반원형의 부분 '팀파눔Tympanum'에 있는 장식도 잘 되어 있는 편이고, 무엇보다 팀파눔을 둘러싸고 있는 벽돌 '아치볼트Archivolts'의 색 배치가 훌륭하다. 전체적으로도 흰색과 적색의 전통적인 배치를 화려하게 잘 활용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재까지도 미사를 드리고 있는 성당이라, 시간을 맞춰 가면 미사에 참여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버킹엄 궁전 쪽을 지나쳐 나음 목적지로 향한다. 궁전 주변에는 꽤나 넓은 정원과 공원이 펼쳐져 있다. 궁전 바로 뒤쪽에 위치한 '버킹엄 팰리스 가든'은 울타리가 쳐져 있어 들어갈 수 없지만, 주변에 있는 하이드 파크Hyde Park, 그린 공원Green Park, 성 제임스 공원St. James Park 등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한적한 공원이다. 산책하기 좋을 것 같다.



 호수도 있고, 동물들도 있고, 멀리는 런던 아이가 보인다. 사실 주변을 잘 둘러보면 이쯤에서 빅 벤도 보이기 시작한다. 앉아서 평화롭게 지켜보기 좋다. 도심 속에 이런 공원이 있다니! 하고 생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리고 길을 걷다보니 왠지 엄청나게 커 보이는 기둥 위에 동상이 서 있길래 찾아가 봤다. 보이는 사람의 크기와 비교해보면 알겠지만 정말 무지막지하게 크다. 어떤 사람이면 이런 큰 기둥 위에 동상을 세울 수 있는 걸까, 하고 찾아봤으나 역시 왕자였다고 한다.

 여기 서 있는 사람은 조지 3세의 둘째 아들이자 조지 4세의 동생이었던 요크 공 프레드릭. 왕자였지만 왕실이 군대에 입대하는 전통에 따라 당연히 군인이기도 했다. 인격이나 실력이나 괜찮은 장군이었던 모양이다. 지금으로 따지면 합참의장까지 지냈던 사람이다. 나폴레옹 전쟁에 참여해 큰 공을 세웠고, 무엇보다 혁신적인 영국군 군제 개편으로, "역사상 영국군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사람"으로 꼽히기도 한다.

 프레드릭 공은 1827년에 6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사망 이후 그를 기리는 마음으로 모든 영국군의 군인들이 하루치 임금을 기부했고, 이렇게 모인 21,000파운드를 가지고 이 동상을 만들었다. 21,000파운드면 지금 가치고 1,600,000파운드가 넘는다고 하는데, 지금 환율로 따지면 24억 정도 되는 돈이다.


 아무튼 이 프레드릭 공 덕분에 이곳으로 올라왔는데, 올라오고 보니 뒤쪽의 거리가 아름다웠다.



 오래되어 보이면서도 고급스러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고, 중간중간 누군가의 동상들도 늘어서 있었다. 대사관들도 꽤나 보였고.



 깔끔하고 잘 정비된 도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길을 쭉 타고 올라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어제 봤던 피카디리 서커스에 닿게 되는데, 옆으로 꺾어서 갔더니...



 웬 큰 건물이 하나 있었다. 이 건물은 대체 뭘까 하고 찾아보니 내셔널 갤러리.... 아.... 어제 갔다고 믿었던 그 곳.... 그래....

 구글신을 크게 원망하며 일정을 재조합해 내셔널 갤러리에 가는 일정을 만들어내고, 오늘은 짧게만 둘러보기로 했다. 역시 크다. 좋은 작품들도 많고.



 아무튼 그 앞은 트라팔가 광장이다. 내가 가기 몇 시간 전 한국에서 선교단이 와서 부채춤을 추고 갔다는 소문을 트위터를 통해 접하였으나 어쨌든 내가 갔을 때에는 다들 철수하셨는지 없었다. 다행이었다.

 어쨌든 나는 이렇게 프레드릭 공 덕분에 내셔널 갤러리를 찾았다. 영국군의 군제 개편이야 뭐 내가 딱히 신경쓸 부분이 아니지만, 아무튼 나도 고마운 일이 하나 생긴 셈이다.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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