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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6일 (2). 런던: 대영 박물관, 국립 초상화 갤러리, 타워 브릿지 본문

공간을 읽다/[여행] 2016 영국&아일랜드

2016년 2월 16일 (2). 런던: 대영 박물관, 국립 초상화 갤러리, 타워 브릿지

Widerstand365 2017.06.26 18:24

2016년 2월 16일 (2)

런던: 대영 박물관, 국립 초상화 갤러리, 타워 브릿지


 


 대충 끼니를 해결하고 찾은 곳은 오리엔트 지역 유물을 전시해둔 공간. 어쩐지 아시아나 유럽 쪽 유물을 전시해 둔 공간보다,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부근 유물을 전시해 둔 공간이 인기가 훨씬 많았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계시는 저 수많은 인파를 보면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아무튼 사진은 로제타 석. 영어 교재가 아니다! 앞면을 올리는 게 맞을 테지만 아무래도 사진의 퀄리티가 영;;; 아니 그냥 앞면은 많이들 보았을 테니 뒷면을 찍어 올린 것으로 하자.

 그냥 보기엔 깨진 돌덩어리 같지만, 인류의 역사학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앞면에는 당시의 이집트 황제에 대한 글이 쓰여 있었는데, 문제는 이집트 신성문자, 이집트 민중문자, 그리스 문자의 3개 문자로 같은 내용이 쓰여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스 문자야 이미 알려져 있었으니, 이 비석을 기반으로 이집트 신성문자와 이집트 민중문자를 해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비석은 나폴레옹의 군대가 이집트 원정 당시에 발견한 것이다. 나폴레옹은 이집트 원정 때에 당대의 고고학자들을 동원해 대규모의 유물 약탈을 진행했었다. 그러나 이것을 프랑스로 가져오는 데는 실패하고, 프랑스에는 비석 원본이 아닌 탁본만을 가져오게 된다. 원본은 영국군이 손에 넣어서 현재 대영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역시 대영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있는 전시품 중 하나다. 로제타 석 모양의 기념품도 많이 판다.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망할 기념품 사라고



 메소포타미아의 '라마수'라는 상상의 동물을 조각한 것이다. 머리는 보이듯이 사람의 모습이고, 몸은 황소의 모습이라고 하는데 날개까지 달려 있다. 상상의 동물의 전형이라고 하겠다.

 앞쪽을 보면 다리 두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데, 옆쪽에서 보면 다리 네 개가 보인다. 그래서 대각선으로 보면 다리 다섯 개가 보이는데, 그건 이 동물이 다리 다섯 개를 가진 상상의 동물이라서.... 는 아니고, 앞쪽에서 봤을 때와 옆쪽에서 봤을 때 각각 완전한 형태의 라마수를 표현하기 위한 기법이었다.

 아무리 봐도 일자로 깎은 수염의 스타일과 하나로 이어져 있는 눈썹의 모습이 신경쓰이지만, 당시에는 위엄을 나타내는 표시였다고 하니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넘어가주기로 하자.

 안쪽 전시실로 들어가는 통로 쪽으로 두 라마수를 배치해 두었는데, 사실 원래 메소포타미아에서도 라마수는 문 옆을 지키는 수호신이었다. 성의 입구에 세워서 국가를 수호해 주는 녀석이었다고 한다. 역시 박물관답게 충실한 고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찌나 충실한지 뒤에 보면 심지어 성문까지 떼어 왔다(...)



 그리스의 도자기다. 그리스의 회화 작품 가운데 남아있는 것은 대부분 이렇게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린 것이다. 배경이 붉은 색이고 인물은 흑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검은 색으로 만든 도자기 위에 붉은 색의 배경을 안료로 칠하고, 조각칼로 이 안료를 파내면서 검은색을 드러내 회화를 완성한다.



 보면 이 녀석은 반대다. 검은 색의 배경에 붉은 색으로 인물을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조각칼이 아니라, 붓에 안료를 묻혀 그린 것이다. 당연히 이 쪽이 더 나중에 만들어진 기술이다. 훨씬 더 정교하기도 하고.



 그리스에서 신전 하나를 통째로 가져 왔다. 작은 신전이지만 모양은 충실하다. 높은 기단 위에 기둥으로 천장을 받쳐 두고, 안쪽에는 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밖에는 조각상이 서 있다. 대부분의 오래된 조각이 그렇듯이 섬뜩하게 머리만 훼손되어 있다. 제작 과정에서 머리를 마지막에 따로 만들어 조립했기 때문일까. 지도자가 바뀔 때마다 머리를 그 지도자의 얼굴과 유사하게 바꿔 끼워야 해서, 일부러 교체하게 쉽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뭐 그렇다.

 밖에 서 있는 조각상이 신상일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스의 신전에서 신상은 원래 건물 안쪽에 위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공간은 신의 공간으로 취급해 누구도 들어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단도 신전의 밖에 있어야 하고, 당연히 제사도 밖에서 지낸다.

 그리스 건축이 으레 그렇듯이 상태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조각도 섬세하게 남아 있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감동을 꽤 받은 작품이었다. 사실 대영 박물관을 통틀어서 이 작품이 가장 좋았다. 상상해 보자. 매끈한 대리석에, 높은 기단, 뜨거운 태양, 밝게 빛나는 신전. 그 시절에 살았다면 신을 모시고 사는 데 평생을 쏟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조각이다. 그리스 전성기 고전주의를 상징하는 <원반 던지는 사람>이라는 작품이다. 원본은 아닌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사실 어차피 그리스 시대 원본은 대부분 소실되고 없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리스 조각들은 로마 시대에 복원된 것들이다. 그리스 시대에는 조각상을 대부분 청동으로 만들었다. 이걸 로마 시대에 녹이면서 대리석으로 만든 복제품 정도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훌륭한 작품인 것은 변함이 없다. 인체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은 물론이고, 원반을 던지고 있는 극적이고 긴장감 있는 장면을 표현하고 있다. 허리를 굽히고 있는 몸의 곡선과 쭉 뻗은 팔의 직선이 긴장감을 훨씬 더해준다. 멋진 작품이다.


 

 이런 거대하고 고전적인 전시실도 있다. 책장에는 책과 작은 수집품이 놓여져 있고, 중간중간 전시대 위에 유물을 올려 두고, 옆쪽에는 저렇게 조각상이 서 있다. 뭔가 1759년 처음 개관한 대영 박물관의 모습은 이렇게 생겼을 것 같았다. 근대 유럽의 '박물학'이라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해 둔 것 같았다.

 왠지 책장 한 쪽에 <프린키피아> 초판본 같은 게 숨어 있을 것 같은 비주얼이다. 심지어 한 쪽에는 누구인지 모를 초상화도 일렬로 전시되어 있다. 근대 유럽으로 시간여행을 온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무튼 이렇게 관람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래도 꽤 빠르게 보고 나온 편이었다. 자세하게 보려고 하면 끝도 없겠지만, 그래도 전시물을 전부 한 번 둘러보고는 나왔다.

 다음 가야할 곳은 내셔널 갤러리. 현대에 태어난 탓에 그리스의 신들은 모시지 못하지만 내가 모시는 유일한 신인 구글신에게 다시 한 번 가야 할 곳을 물었다. 원래 세계 4대 종교가 크리스트교, 불교, 이슬람교, 구글교 아님?

 버스를 타고 내리라는 데서 내렸다. 그런데....



도착한 곳은 이 곳.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입장을 하려 했으나,



내셔널 갤러리 National Gallery가 아니었다! '국립 초상화 갤러리 National Portrait Gallery'로 나를 데려다 준 구글신. 사실 국립 초상화 갤러리는 내셔널 갤러리의 바로 뒤에 붙어 있는 건물이다. 걸어가면 몇 분도 안 걸리는 거리. 그런데 아무튼 구글에 '내셔널 갤러리'를 쳤을 뿐인 나를 신께서는 시험에 들게 하셨다.

 그러나 이 무지한 청년은 이곳이 그냥 내셔널 갤러리인 줄만 알고 입장한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 작은 규모였다. 당연하지!! 여긴 내셔널 갤러리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작품들도 좋았고, 무엇보다



 앞에서 버스킹 하는 이 아저씨 노래가 좋아서 배교는 하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내셔널 갤러리를 다 봤다고 생각한 나는 아저씨의 "Imagine"을 들으며 다음 여행지로 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당연히) 남아서 카페에 조금 앉아있다가 나왔다. 해가 어둑어둑 지기 시작한다. 어쩌다보니 피카딜리 서커스라는, 런던의 가장 중심가 중 한 군데를 지나가게 되었다. 영드 <셜록>의 오프닝에 나오는 장소다. 그래서 찍었는데, 이제 보니 현대와 삼성의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건물, 광고판, 사람들. 가장 영국적인 풍경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하철을 타고 타워 브릿지를 보기 위해 내렸다. 내리자마자 이런 성의 모습이 드러난다. 사실 성은 아니고 런던 탑. 이름은 탑인데 그냥 성 같이 생겼다.



 진짜 그냥 성이다. 처음에는 진짜 탑 하나만 있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증축을 하고 벽을 쌓으면서 이렇게 성의 모양이 되어버렸다.

 몇몇 건물은 정치범 수용소로 사용되었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들 이 탑에 갇혀 있었다. 뭐랄까 영국 중세의 서대문형무소라고 하면 좋으려나.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앤 불린. 헨리 8세의 두 번째 아내였다. 헨리 8세는 스페인의 캐서린 공주와 처음으로 결혼을 했으나, 왕비가 된 캐서린이 아들을 낳지 못하자 캐서린과 이혼을 하게 된다. 당시의 가톨릭은 이혼을 허용하지 않았을 뿐더러, 캐서린이 그 강력한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의 공주였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당연히 이 이혼을 교황이 승인할 리는 없다.

 그러나 헨리 8세는 가톨릭을 버리고 '성공회 Anglicanism'라는 신교를 만들면서까지 이혼을 강행한다. 그리고 시종이었던 앤 불린과 결혼하지만, 앤 불린이 역시 아들을 낳지 못하자 헨리 8세는 앤 불린을 사형시킨다. 헨리 8세는 이후 네 명의 왕비를 포함해 여섯 명의 왕비를 가진 왕으로 기록된다.

 뭐 전근대 시기에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을 문제삼는 관행은 자주 있었던 일이지만, 헨리 8세가 가톨릭에서 불허하는 이혼을 결심할 정도로 아들 문제에 집착했던 것은, 아마 아버지인 헨리 7세가 왕위계승 전쟁인 장미 전쟁을 치르고 왕이 된 지점도 있었을 것이다. 후계자를 빠르게 확정해서, 계승 분쟁을 없애려는 의도랄까. 물론 당연히 그렇다고 이 폭력적인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아무튼 사형당하기 전 앤 불린이 이 곳에 갇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앤 불린의 귀신이 자주 출몰한다는 소문도 있다.

 이후 헨리 8세는 아들을 얻었지만, 아들 에드워드 6세는 16세의 어린 나이로 사망하면서 결국 헨리 8세의 첫 아내였던 캐서린의 딸, 메리 튜더가 왕위에 오르게 된다. 이 시기 앤 불린의 딸이었던 엘리자베스 튜더 역시 런던 탑에 갇힌다. 곧 풀려나서 엘리자베스 1세로 즉위하긴 하지만 말이다.

 성공회 창설에 반대했던 <유토피아>의 저자 토머스 모어도 이 탑에 갇혀 있다가 처형당했다. 근대 철학자인 프랜시스 베이컨도 뇌물죄로 런던 탑에 갇힌 경험이 있었다.

 아무튼 내가 갔을 때는 시간이 늦어서 안쪽 관람은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있으면 들어가 보자. 현재는 박물관으로 바뀌어, 영국 왕실이 가지고 있던 여러 보물들을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나름 침입을 막기 위한 탑이었으니, 무기구와 갑옷들도 잘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여기서 보는 타워 브릿지의 모습이 좋다고.



 어쨌든 바로 맞은편에 이렇게 타워 브릿지가 놓여 있다. 런던을 상징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런던 탑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오래된 건축물이다. 1894년 우리가 갑오개혁 하던 시절에 지어진 다리다.

 도개교다. 아래 배가 지나갈 때면 다리가 열려서 배가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준다. 이 다리를 오가는 작은 유람선들은 대부분 납작하게 만들어져서, 다리를 열지 않아도 충분히 오갈 수 있다. 그래도 하루에 몇 번 쯤은 다리를 연다고 하니, 시간 맞춰서 가 보는 것도 나름 좋은 구경이 될 것 같다. 타워브릿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시간도 확인할 수 있다.

 


 한쪽은 이렇게 타워 브릿지가 서 있지만, 그 너머에는 미래 도시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다. 런던 탑에서 타워 브릿지를 건너면 저런 도심에 닿을 수 있다는 것도 묘하다.



반대쪽으로 넘어와 보면 이렇다. 다리의 폭이 의외로 넓은 편이다.



 당연히 올라와서 걸어 볼 수도 있다. 한강만큼 길지도 않으니, 한 번 건너 보는 것도 좋다. 물론 나는 날씨가 추워서 (... 이하 생략)



 해가 진다. 야경이 아름답다. 타워 위에도 올라갈 수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나는 돈이 없어서 (... 이하 생략)



 해가 지니까 옆에 있는 런던 탑은 진짜 귀신 나올 것 같이 생겼다. 안녕 앤 불린!

 근처에 있는 KFC에서 햄버거 먹고 다시 지하철 타고 숙소로 돌아간다.



 지하철에서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지하철역이 왠지 웨스트민스터 역이었던 덕분에, 우연히도 빅 벤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어차피 내일 또 보러 올 건데 뭐(...) 아무튼 우연한 만남이 기분은 좋았다.



 멀리 웨스트민스터 성공회 사원도 보인다. 아무튼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의 일정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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