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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정치는 끝나지 않는다 (下): 각론

Widerstand365 2017.05.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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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정치는 끝나지 않는다 (下): 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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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더불어민주당부터 살펴보자.


 놀라운 시간들이 연속되어 있었다. 지난 연초부터 필리버스터를 통해 국회 안에서 드라마를 써나간 더불어민주당은, 4월 총선의 기적적인 승리, 탄핵소추 성공, 대통령 파면 결정, 이번 대선의 승리까지 오직 승리에 승리만을 거듭해 왔다.


 순전한 행운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국정농단 사태가 밝혀진 건 언론 덕분이었지만, 촛불의 승리를 가져오는 데 더불어민주당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원 총사퇴 결의까지 하며 탄핵을 소추한 정당이었다.


 그러나 승리는 곧 책임을 맡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집권여당이고, 120석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원내 1당이다. 국회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세균 의장이고, 대통령 역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올해와 내년, 14명 대법관 중 양승태 대법원장을 포함해 총 8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중 대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할 것이며, 올 6월 임기가 종료되는 박병대 대법관의 후임을 제외한 6명의 대법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신임 대법원장의 추천을 받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대통령 임명 헌법재판관 자리도 한 석이 비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곧 헌법재판관 한 명을 임명하고, 헌법재판소장도 재판관 가운데 새로 임명할 것이다. 내년 9월이면 헌법재판관 5명의 임기가 동시에 종료된다. 이중 두 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신임 대법관이 추천할 것이고, 한 명은 더불어민주당이, 한 명은 자유한국당이, 나머지 한 명은 국회가 합의해 추천할 것이다. 내후년에는 또 두 명의 헌법재판관 임기가 만료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헌법재판관 두 명을 임명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명실상부한 집권여당이다. 입법부 세력이 교체되었고, 행정부 세력이 이제 교체되었으며, 곧 사법부 세력 역시 대규모의 변화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새롭게 국가를 이끌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 국가의 책임도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다.


 “소수당의 설움” 같은 건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강력한 권력을 지니고 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 정도의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있는가? 소위 말하는 ‘수권능력’의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때로는 발맞추고 때로는 견제하며 함께할 수 있는가? 다른 정당과 원활하게 소통하며 성공적인 5년을 만들 수 있는가?


 확신하지 못한다. 누구라도 확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실력에 앞으로의 5년이 달려 있다는 것 정도는 확신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5년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5년이 더불어민주당의 능력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기적처럼 이어진 승리, 이제 보답할 때다. 결과로 보여줄 차례다.






2.  



 더불어민주당이 승리에 승리만을 거듭한 만큼, 자유한국당은 패배에 패배를 거듭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권력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 자유한국당은 그 권력의 상실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미래가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홍준표 후보의 전략은 도덕적으로 잘못되었을 수 있고, 누군가에겐 굉장히 기분나쁜 것이었음은 명백하지만, 그만큼 그 전략이 효과적이었다는 사실 역시 명백하다. 초반에 한 자리 수를 오가던 지지율이 24%까지 올라갔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자유한국당을 떠났던 바른정당의 의원 13명이 복당 의사를 밝혔다. 홍준표 후보는 대선후보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이 13명 의원에 대한 복당 허가와 친박계 징계의 해제를 명령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고, 원래의 세력을 차츰 회복하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홍준표 후보가 대선 출마를 위해 경상남도지사에서 물러난 것은 어찌 보면 상실이지만, 홍 후보 개인 입장에서는 오히려 자유를 얻은 것일 수도 있다. 홍준표 후보는 이제 중앙정치를 무대로 자유한국당의 당권 장악을 위해 동분서주할 것이다. 24%라는 지지율과, 탈당 의원들의 복귀 신호, 대선후보라는 간판이 그를 도와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반대 세력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점이다. 홍준표 후보는 그 스스로도 늘 강조하듯, 당내에 강력한 세력 기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홍준표 후보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이들이 반드시 발생할 것이다. 홍 후보는 그들과의 갈등이라는 하나의 시험대를 거쳐가야 한다.


 우선 정우택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결론적으로는 수용했지만, 정 원내대표는 홍 후보의 당무우선권 발동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홍 후보가 이번에 지면 정치를 안 하겠다고 했다”는 발언까지 하며, 홍 후보에게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홍준표 후보도 마찬가지다. “당권 가지고 싸울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도, “친박들은 좀 빠줘졌으면 한다”고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조 친박’ 세력을 견제하고 있다. 홍 후보는 당권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 보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얼마든지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신호다.


 지금까지 몸을 사리며 별다른 돌출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어쨌든 자유한국당은 복당한 바른정당 의원들까지 포함해 107석의 의석을 점유하고 있다. 제1야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의 119석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치다.


 이 강력한 정당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홍준표 후보는 당내 세력을 구축해가며 당권을 장악해 다음 선거를 노리려 할 것이고, 이것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홍 후보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승부할 것이며, 반대편은 당내 세력과 홍 후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가지고 승부할 것이다.


 둘 사이의 갈등이 봉합되기 전까지,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여전히 위태롭다.







3.  


 국민의당은 근본적으로 두 개의 세력이 연합을 통해 만든 정당이다.


 첫 번째는 안철수 세력이다. 안철수라는 개인은 국민적 인지도와 지지도를 고려했을 때, 독자적으로 세력을 구축할 수 있는 인물이다. 안철수라는 뛰어난 정치인 한 명과, 그 측근들이 하나의 세력을 이루고 있다. 이 세력은 규모가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중정치에서 영향력은 강하다.


 그리고 호남 중진 세력이 있다. 호남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쌓아놓은 중진급 의원들이 여기 속한다. 대표적으로 박지원 의원, 정동영 의원, 천정배 의원 등이 있다. 이들은 대중정치에서 그리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따라서 국민 전체에게 강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규모는 거대하다. 지역에서 다져놓은 정치적 뿌리가 튼튼하고, 동원할 수 있는 세력은 정치권을 통틀어도 손에 꼽는다.


 이 두 세력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리로 꽤나 강력한 연합을 만들어내고 있다. 안철수 개인은 대통령을 꿈꾸는 인물이다. 대통령선거는 개인의 역량만으로 치를 수는 없다. 골목 곳곳을 들어갈 수 있는 지역 풀뿌리 지지 세력이 필요하다. 호남 중진 세력은 안철수 세력에게 이 지역 영향력을 제공해 준다.


 호남 중진 세력도 안철수를 통해 많은 것을 얻는다. 안철수라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고, 당권을 장악하고 ‘컷오프’ 따위로 끌려나오지 않을 단단한 정치적 기반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 누리고 있는 권력을 40석의 작은 정당이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연합은, 성공할 때는 단단해 보이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의 힘이 약해졌을 때도, 이 연합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는가?


 일단 안철수 개인은 대선을 통해 큰 상처를 입었다. 21%라는 지지율은 어느 면에서 봐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홍준표 후보에 밀려 2위라는 점과, 한때 오차범위 내에서 문재인 후보와 접전을 벌였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결코 만족스러운 성적표가 아니며, 차기에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으로 출마할 수 있는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거기에는, 안철수 후보 개인의 대선주자로서 역량이 그리 뛰어나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것이다.


 호남 중진 세력이라고 크게 득을 본 것은 아니다. 안철수 후보는 전라북도,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모두에서 지지율 1위 자리를 문재인 후보에게 내주고 말았다. 그냥 내준 것도 아니었다. 광주와 전남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 비해 두 배 정도의 지지율을 얻었고, 전북에서는 이 격차가 세 배로 벌어진다. 시군구를 봐도 똑같다. 안철수 후보는 단 한 곳의 기초자치단체에서도 문재인 후보를 앞서지 못했다.


 안철수 후보로서는 이제 이 연합이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호남 세력도 마찬가지다. 안철수라는 정치인이 대중에게 가지는 입지도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연합은 깨어질 것인가? 당장 깨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추세대로라면, 이 연합은 언젠가 붕괴한다. 양측이 연합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지나치게 작아진다. 연합을 유지하는 것보다 연합을 깨는 것이 이익이라고 어느 한 쪽이 판단하는 순간, 당도 함께 깨질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백서 출간을 제안하며 당분간 정치권에 얼굴을 비추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에서는 비대위 구성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파국적인 미래를 막기 위해서, 국민의당은 보다 본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4.  


 바른정당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를 치뤘다.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이어가면서 선거 비용을 보전받을 가능성이 사라졌고, 따라서 최대한 돈을 아껴가며 선거를 치뤄야 했다. 의원들의 탈당으로 교섭단체 20석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막판 결집으로 약간의 상승이 있었지만, 결국 7%를 넘지 못한 참담한 지지율이었다.


 왜일까. 유승민 후보가 보수 진영의 전통적 지지층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혀서인가? 하지만 지난 총선 대구에서 출마한 유승민 후보는 75%라는 높은 지지율을 받으며 당선됐다. ‘배신자’라는 낙인이 탄핵 뒤에 생긴 것인가?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 이들 가운데 탄핵에 반대한다는 이는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절반은 탄핵에 찬성하거나 의견을 유보하면서도 홍 후보를 지지했다.


 유승민 후보가 전략적으로 잘못된 선거를 치뤘는가?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유 후보의 선거 전략은 정석에 가까웠다. 토론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고, 본인의 소신대로 촘촘한 공약을 만들었다. 후보 개인의 정치적 감각도 나쁘지 않았고, 감성에 호소하는 것 역시 빼놓지 않았다. ‘올바른 보수’라는 구호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은 크게 뛰어오르지 않았다. 이것은 유승민 후보 개인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선거에서 바른정당은 똑같은 위기에 직면할 것이고, 이대로라면 아마 그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유승민 후보는 바른정당의 정체성을 들고 선거에 임했다. 그리고 그 정체성은 외면당했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는가? 문제는 바로 그 정석에 가까운 전략이었다. 정치는 정석에 가깝게 흘러가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승민 후보와 바른정당의 전략은 ‘진보진영의 정석’과 가깝다. 우리 정치에서 각 진영이 국민에게 표를 호소하는 방법은 판이하게 다르다.


 진보진영은 가치를 우선하지만, 보수진영은 이익을 우선한다. 사실 이건 꼭 우리 정치에서만 벌어지는 일도 아니다. 모든 정치에서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추구하는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다. 보수진영은 언제나 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진보진영은 언제나 밥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승민 후보는 어땠는가? 유승민 후보는 스스로를 보수 정치인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그의 메시지는 진보진영의 방식으로 전달된다. 그는 언제나 가치를 우선한다. 완전히 다른 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다. 그는 보수진영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펼치면서 진보진영의 방식을 사용한다. 당연히 효율적이지 못하다. 가치를 통해 설득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다른 진영에 서 있다.


 유승민 후보라고 “밥”을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는 꽤나 오랫동안 지속된 불황 속에 치뤄졌고, 당연히 “밥”은 모든 정치인의 관심사였다. 보수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진영도 “밥”을 논했다. 차이가 있다면 보수진영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오직 “밥”만을 말했다면, 진보진영은 “밥”과, 그 “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함께 논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유승민 후보의 전략은 달랐다. 유승민 후보의 전략은 언제나 “가치”가 앞에 있었다. 유승민 후보는 경제학자답게 경제정책을 앞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그는 경제정책조차 “밥”보다 “가치”를 앞에 뒀다. 재벌개혁을 주장했지만, 유승민 후보는 재벌개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의를 앞세웠다. 그 정의의 구현을 통해 일반 국민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그의 메시지에선 생략되어 있다.


 유승민 후보는 진보진영의 전략을 가지고 보수진영을 설득하려 한다. “가치”와 “밥”이 언제나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가치있는 밥”이 존재한다. “밥”이 중요한 선거에서는 진보정당의 후보까지도 “가치있는 밥”을 들고 나온다. 하지만 유승민 후보는, 스스로 보수라고 규정하면서 전통적인 진보진영의 메시지 전달법에 지나치게 천착했다. 진보진영의 유권자는 마음이 움직이겠지만, 스스로를 ‘보수’라고 말하는 정치인을 선뜻 지지해줄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유승민 후보, 넘어서 바른정당은 “가치를 중시하는 보수”라는 당의 이미지부터 별로 효율적인 전략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진보진영이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밥”을 말하는 것을 보자. 그들은 전통적인 진보의 메시지 전달법에 “밥”을 얹는다.


 개혁적인 보수를 지향하는 바른정당은 정확히 반대로 외치면 된다. “밥”을 중시하면서도 “가치”를 외치면 된다. 전통적인 보수의 메시지 전달법 위에 “가치”를 얹어야 한다. 그렇게, 진보진영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치있는 밥”을 외쳐야만 보수 유권자를 설득하고 당이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유승민 후보와 바른정당이 그런 메시지 전달법을 새로 숙달하고 당 전체의 이미지와 전략을 바꿀 수 있을지, 바꿀 수 있다고 해도, 당이 무너지는 속도보다 숙달의 속도가 더 빠를지는, 더 두고 지켜봐야 하는 일일 것이다.





5.  


 정의당은 한편으로는 아쉽고, 한편으로는 만족할 수 있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심상정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최종 6.17%. 한때 10%를 넘나들었던 지지율은 막판에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동안 확산됐던 ‘문재인 위기론’과 ‘골든 크로스 설’ 때문에, 많은 심상정 지지자들이 문재인 후보 측으로 옮겨갔을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심상정 후보는 유승민 후보보다 장기간 우위에 서 있었으나, 심 후보 지지자들의 막판 이탈과 유 후보 지지자들의 막판 결집으로 결과가 뒤집힌 것도 아쉬울 것이다.


 그러나 성과도 있었다. 심상정 후보가 얻은 표는 2,017,458표. 진보정당이 얻은 역대 가장 많은 표이다. 2백만 표를 넘긴 것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심상정 후보가 출구조사 결과 낮은 지지율을 보이자 후원 계좌에 몰린 2억 원의 후원금은 진보정당이 여전히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상징하는 숫자라고 할 수 있다.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정의당. 정의당은 앞으로 그 성과를 확대할 것인가, 혹은 한계를 확대할 것인가. 이번 선거는 전직 대통령의 탄핵 위에서 벌어진 특별한 조건의 선거였다. 문재인 후보가 처음부터 끝까지 대세론의 바람을 안정적으로 타고 있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진보진영의 유권자들이 심상정 후보에게 표를 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지난 18대 대선과 같은 접전 양상이 다시 펼쳐질 때, 정의당이 설 자리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정의당은 지금부터 성과를 확대하고, 한계를 축소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정의당의 한계를 만드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당내 계파정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진보정당에서 사라지지 않는 해악이기도 하다. 정의당은 일반 평당원의 대규모 입당을 통해 서서히 ‘계파색’을 없애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열성적인 활동가들이 계파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정의당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새로운 정치인의 영입도 중요한 문제다. 정의당은 노회찬과 심상정이라는 3선 의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진보정당을 지탱하고 있는 대단히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든든한 축만큼이나, 정치인이 새로 유입되는 활기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그 정치인이, 자리를 잡고 새로운 축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정의당의 현재는 어떤가. 정의당에는 총 6명의 의원이 있지만, 이들 중 재선 의원은 아무도 없다. 노회찬과 심상정이 3선 의원이고, 나머지는 전부 비례대표로 들어온 초선 의원이다. 이들 초선 의원은 내년에는 지역구에 도전해야 한다. 이들이 지역구에서 민주당과의 연대 없이 승리할 수 있는가? 아니, 애초에 연대를 통해 후보로 선출될 수라도 있는 인물은 몇이나 될까?


 지난 총선, 정의당은 5석을 가지고 선거를 치뤘다. 현직에서 지역구 당선자는 심상정 의원 한 명 뿐이었다. 서기호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제남 의원은 야권연대를 이유로 사퇴했다. 정진후 의원과 박원석 의원은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지금 정의당에는 누가 있으며, 누가 성장할 수 있는가?


 물론 성장의 요소도 있다. 무엇보다 정의당의 인지도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의당의 가치에 공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점에서 이번 대선은 대단히 좋은 기회였으며, 심상정 후보는 이 좋은 기회를 아주 적절하게 잘 사용했다. 정의당에게는 희망의 신호다. 정의당이 이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발빠르게 움직여만 준다면, 정의당의 지지율은 생각보다 빠르게 뛰어오를 수도 있다.


 2백만 표는 그리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정의당으로서는 성장판이 되어줄 수 있는 숫자다. 정계가 앞으로도 이와 같은 다당 체제로 이어진다면, 정의당은 꽤나 중요한 정치의 한 축이 될 것이다. 선거제도가 개혁되었을 때 정의당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은 물론이지만, 정의당이 이 기회를 잘만 활용한다면 선거제도 개혁 이전에도 정의당이 나름의 입지를 잘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의당에게는 지금이 변곡점이다. 더 급격히 강력해지는 변곡점일 수도 있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영향력을 가졌던 ‘영광의 시절’로 회상되는 변곡점일 수도 있다. 어쩌면 대선 자체보다 중요한 시점이 지금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의당이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결론

 쉬운 선거였지만, 많은 정당이 꽤나 복잡한 성적표를 얻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승리만큼이나 무거운 책임을 요구받았고, 자유한국당은 재건으로 가는 길의 험난함이 예고되어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서로 다른 이유로 붕괴 위기까지 언급되고 있고, 정의당은 대선보다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복잡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정치인 뿐은 아니다. 국민들 역시 새로운 종류의 갈등을 맞딱뜨리고 있다. 지역감정은 옅어지고 있지만 세대 갈등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새로운 세대가 성장할수록 정치의 변화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이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 것은 성과라면 성과다.


 선거는 끝났고, 길었던 보수정권 역시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했고,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인선이 발표되며 정상적인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는 끝나지 않았다. 정치인들도, 국민들도, 받아든 성적표를 가지고 다음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더 나은 정부 운영을 위해, 혹은 더 나은 정부 견제를 위해 다음을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은 주권자로서 더 나은 판단을 위해, 그래서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다음을 고민해야 한다.


 정치는 끝나지 않는다. 당선인이 결정된 바로 그 순간부터, 다음의 정치가 시작된다.


 다시 새로운 오늘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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