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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정치는 끝나지 않는다 (上): 총론

Widerstand365 2017.05.1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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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정치는 끝나지 않는다 (上): 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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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가 끝났다.


 돌이켜보면 허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지루한 선거였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세론의 바람을 타고 대통령의 자리에 안착했다. 다른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경쟁하는 것조차 어려워 보였다.


 한때나마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턱밑까지 쫓아가 위협했지만 지지세는 이내 사그라들었고, 막판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홍준표 후보 지지자들의 결집세가 놀라웠으나 2위를 차지하는 ‘실버 크로스’에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주 쉬운 선거를 거쳐, AP통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시아에서 가장 힘든 자리”에 앉게 됐다.


 그러나 선거가 끝났다고 정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정치는 끝나지 않았으며, 그러므로 이 뻔한 선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고, 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이 그리 무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결과

 전국에서 총 32,807,908명의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했다. 투표율은 77.2%였다. 80%를 넘을 것이라는 예측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97년 대선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었다. 인구의 증가를 고려해야겠지만, 투표에 참여한 인원 수는 헌정 사상 최고치였다.


 당선인은 문재인 후보. 전국에서 13,423,800표를 가져가며 41.0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이었지만 다자구도였음을 고려해야 한다. 2위와의 표차는 5,570,951표로 역대 가장 많았다. 2위 홍준표 후보는 7,852,849로 24.03%의 득표율을 올렸다.


 3위는 안철수 후보였다. 전국에서 6,998,342표를 얻었고, 득표율은 21.41%였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2,208,771표로 6.76%의 득표율을 기록해 4위를 차지했다. 주요 후보 가운데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심상정 후보였다. 전국에서 2,017,458표를 얻은 심상정 후보는 6.17%의 득표율로 5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여론조사’였다. 여론조사는 최근 급격히 신뢰도를 잃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도 “여론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상당수 있었다. 여론조사가 큰 차이로 틀리는 일이 몇 차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지난 총선을 보자. 여론조사 전문기관은 모두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새누리당의 과반에 의심을 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대부분 더불어민주당이 100석 미만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모두들 알다시피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주저앉았고,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을 얻으며 원내 1당의 자리를 차지했다.


 미국 대선은 또 어땠는가.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다. 그러나 승리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몫이었다. 직접선거에서 승리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승자독식제에 밀려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당선의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여론조사는 이번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다시 그 체면을 차릴 수 있게 됐다. 각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예측조사를 보자. 한국갤럽의 예측치는 문재인 43.1%, 홍준표 22.3%, 안철수 19.6%, 유승민 7.1%, 심상정 7.3%였다.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순위를 잘못 예측했지만, 전체적으로 2%p 내외에서 거의 정확히 적중했다.


후보

예측치 (한국갤럽, %)

실제 득표 (%)

차이 (%p)

문재인

43.1

41.08

2.02

홍준표

22.3

24.03

-1.73

안철수

19.6

21.41

-1.81

유승민

7.1

6.76

0.34

심상정

7.3

6.17

1.13


 리얼미터를 보자. 리얼미터는 문재인 42.7%, 홍준표 22.8%, 안철수 19.1%, 유승민 8.2%, 심상정 6.0%라는 예측 결과를 내놨다. 거의 정확한 예측치였다. 1%p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심상정 후보의 경우에는 0.1%p 차이라는 경이로운 결과였다.


후보

예측치 (리얼미터, %)

실제 득표 (%)

차이 (%p)

문재인

42.7

41.08

1.62

홍준표

22.8

24.03

-1.23

안철수

19.1

21.41

-2.31

유승민

8.2

6.76

1.44

심상정

6.0

6.17

-0.17


 출구조사 결과도 그랬다. 직접 투표한 사람에 한해 대면으로 실시한다는 점에서 출구조사가 기존 여론조사보다 적중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정확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는 문재인 41.4%, 홍준표 23.3%, 안철수 21.8%, 유승민 7.1%, 심상정 5.9%를 예측하며 실제 득표 결과와 1%p 차이가 나지 않는 결과를 보여줬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면 모두 0.4%p를 벗어나지 않는 오차였다.


후보

예측치 (방송 3사, %)

실제 득표 (%)

차이 (%p)

문재인

41.4

41.08

0.32

홍준표

23.3

24.03

-0.73

안철수

21.8

21.41

0.39

유승민

7.1

6.76

0.34

심상정

5.9

6.17

-0.27


 여론조사는 민심의 향방을 가늠하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정치인들은 여론조사를 보고 정책의 도입을 결정하기도 하고, 정책을 수정하거나 철회하기도 한다. 매번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면, 여론조사의 정확성은 정치를 선진화하는 아주 효율적인 도구다. 여론조사가 다시 제 자리를 찾고, 사람들이 다시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좋은 신호라고 할 수 있겠다.




양극화

 ‘민심의 양극화’도 이번 대선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그러나 과거와는 다른 양태의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과거 선거에서 민심을 양극화하는 요소는 ‘지역’이었다. 영남과 호남의 정치적 성향 차이는 한국 정치를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보다 중요한 요소로 ‘세대’의 양극화가 떠오르고 있다.


 물론 지역 간 양극화가 사라졌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광주에서 홍준표 후보는 1.55%의 미미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61.14%라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홍 후보를 압도적으로 이겼다. 홍 후보는 호남에서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 모두에게 밀려 4위를 차지했으며, 광주에서는 유승민 후보에게도 밀려 주요 후보 가운데 가장 적은 표를 얻었다.


 대구에서 홍준표 후보는 45.36%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지만, 문재인 후보는 21.76%를 차지하며 홍 후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문재인 후보는 전국에서 고른 수준의 지지를 받았지만 역시 호남권에서 60%선의 지지를 받으며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대구와 경북에서는 20%대, 경남에서는 3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홍준표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지역감정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감정이 사라지는 과정 중에 있다는 사실만큼은 주지의 사실인 듯하다. 문재인 후보는 경상남도에서 홍준표 후보에게 졌지만 득표율 차이는 0.5%p 정도에 불과했다. 창원과 김해, 양산, 거제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홍준표 후보에게 승리하는 양상도 보였다. 물론 창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문재인 후보와 관련이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외에도 문 후보는 울산에서는 울주군, 중구, 남구, 북구, 동구 전 지역을 석권하며 1위를 차지했고, 부산에서는 서구, 중구, 동구를 제외한 13개 구,군에서 승리했다. 문 후보가 영남권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놀라운 수치다.


 비슷하게 민주당계 정당이 영남 출신 후보를 낸, 지난 두 차례의 대선과 비교해 보자. 수치는 더욱 놀라워진다.



2017

문재인 득표율 (%)

2017

문재인 - 홍준표 (%)

2012

문재인 득표율 (%)

2012

문재인 - 박근혜 (%)

2002

노무현 득표율 (%)

2002

노무현 - 이회창 (%)

전국 평균

41.08

17.05

48.02

-3.53

48.91

2.33

부산광역시

38.71

6.73

39.87

-19.95

29.85

-36.89

울산광역시

38.14

10.68

39.78

-20.00

35.27

-17.60

경상남도

36.73

-0.51

36.33

-26.79

27.08

-40.44

대구광역시

21.76

-23.6

19.53

-60.61

18.67

-59.08

경상북도

21.73

-26.89

18.61

-62.21

21.65

-51.81

영남 평균

31.38

-7.22

30.52

-38.10

25.4

-43.2


 영남이 보수 후보의 ‘텃밭’ 역할을 서서히 중단하고 있다는 표지가 드러나고 있다.


 전국과의 득표율 차이를 추세로 살펴보면 신호는 명확하다. 




 물론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전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는 점, 안철수 후보라는 제3지대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15년 전 대선과 비교했을 때 분명한 차이가 드러났다는 점은 사실이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이변'으로 취급받았던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와 정운천 후보,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 민주당계 무소속 홍의락 후보의 당선과 연장선에서 생각한다면, 결코 가볍게 볼 만한 신호는 아니다.


 그렇다면 새롭게 드러나는 차이는 무엇일까. 세대의 격차를 놓칠 수 없다. 일단 세대별로 누가 어디에 투표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없다. 다만 각 후보의 득표율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했던 출구조사의 결과를 참고할 수는 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세대별로 지지 후보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20대와 30대는 문재인 후보를 가장 많이 지지했고, 전체 2위를 차지한 홍준표 후보는 주요 후보 가운데 가장 낮은 지지율을 얻는 처참한 성적을 받았다.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 역시 20대와 30대에서 많이 나타난다. 안철수 후보는 2위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세대가 올라가면 추세가 명확히 바뀐다. 40대는 52.4%라는 높은 지지율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지만,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두 자리수로 올라선다. 안철수 후보 역시 22.2%라는, 전체 평균보다 높은 득표율을 보여주고 있다.


 50대부터는 홍준표 후보의 지지세가 확연히 나타나고,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은 점차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안철수 후보는 높은 연령대에서도 20%대의 꾸준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극적인 차이가 드러난다. 60대부터는 문재인 후보가 홍준표 후보에게 크게 밀린다. 70대 이상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홍준표 후보에게 더블 스코어로 밀리는 모습이 보인다.


 지역별로 보면, 20대는 영남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문재인 후보가 홍준표 후보에게 승리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세대가 올라갈수록 영남을 중심으로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기 시작하며, 60대를 넘어서면 홍준표 후보가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을 석권한다. 문재인 후보는 전북과 전남만을 가져가고, 안철수 후보가 광주에서 1위를 차지한다.




 굳이 과거라고 세대별로 완전히 같은 표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그 추세는 점차 명확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옅어지는 지역갈등에 대비해, 다음의 키워드는 세대 갈등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20대가 30대가 되고, 40대가 되고, 또 50대가 되었을 때 정치의 지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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