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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 본문

우리를 읽다/[시사]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

[축사]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

Widerstand365 2017.05.10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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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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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지나온 시간인지 모르겠다.


 지난해 말엽. 낯선 이름들, 그러면서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들이 언론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솔직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리는 몰랐다.


 민간인 국정농단의 명확한 증거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고하던 여당이 분열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었고, 국회의원 234명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몇 달 동안 특검이 수많은 사람들을 수사했다. 최순실, 이재용, 류철균, 김기춘, 조윤선. 익숙한 이름들이 하나둘 구속되었다.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헌법재판관 8명이 전원 대통령 파면에 동의했다. 이내 그는 구속되었다.


 대선이 시작되었다. 대통령. 새 시대의 대통령을 뽑기 위한 레이스가 시작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세론이 압도한 선거였지만, 불안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문재인 후보가 대한민국 제 19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대통령 탄핵 소추로부터 반년. 길다면 길었던 그 시간이 하나의 프레임으로 압축되어 눈 앞에 스쳐가는 것만 같다.





 어려운 시간이었다. 단지 지난 탄핵 정국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FTA. 4대강. 언론장악. 세월호. 민중총궐기. 국정교과서. 수많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버텨내기만도 버거운 시간이었다. 퇴보만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그만큼 투쟁과 싸움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광장 앞 민중을 철저하게 가로막은 컨테이너, 차벽, 그리고 경찰 병력. 저항의 선봉에 어쩔 수 없이 밀려나 서야만 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바람이 바뀌었다. 촛불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탄핵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세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탄핵되었고, 이제 우리는 정권의 교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승리 끝의 승리 끝의 승리였다. 그러나 축하만을 건네기에는 우리의 시대가 지나치게 어렵다.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열아홉의 노동자는 컵라면 하나 비우지 못하고 죽어야만 했다. 심의에서 탈락해 기초적인 생활 보조마저 받지 못한 송파의 세 모녀는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 함께 죽음을 택했다. 몇 년 째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다 낙방한 청년은 어머니와 함께 고향으로 내려가던 길 휴게소에서 목을 맸다.


 서쪽에선 시진핑이 독재 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동쪽에선 도널드 트럼프라는 예측불가능한 대통령이 탄생했다. 북쪽은 우리에게 여전히 위협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남쪽에선 우파의 초장기 집권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 가운데 진보적인 정부를 꾸렸다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은 한국밖에 없다.


 대학은 점차 기업화되어가고, 이를 막기 위해 본부를 점거한 학생들에게 물대포를 쏜다. 재벌은 골목을 잡아먹으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소득은 감소하고 있고, 빚은 늘어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열명 가운데 네명은 1년에 1천만원도 못 되는 돈을 손에 쥐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은 1명당 평균 1,200만 원이 넘는 부채를 가지고 있다.


 국민의 의지로 쫓아낸 대통령, 그리고 그 자리에 다시 국민의 의지로 앉게 된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망과, 그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개혁의 의지는 높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바닥만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의 일상은 투쟁이었다. 천막에서, 거리에서, 빈소에서, 광장에서. 우리는 투쟁과 싸움으로 그 버거웠던 시대를 지내 왔다.


 앞으로 새로운 정부가 열어갈 시간 역시 투쟁의 연속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차원이 다른 투쟁일 것이다. 몸으로 느껴지는 경제 성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누구에게도 무시받지 않고 당당하게 균형 외교를 지켜야 할 것이다. 위협에 단호하게 대처하면서도 북한과의 평화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고, 누군가를 해치지 않으면서 모두의 삶의 질을 높여줘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의 싸움은, 오히려 쉬운 싸움이었다. 지더라도 도망갈 공간이 있는 싸움이었다. 대통령의 권한. 소수당의 설움. 보수적인 정치 지형. 핑계와 변명의 소지는 많았다.


 그러나 이제부터의 싸움은, 도망갈 공간이 없는 진정한 싸움이다. 대통령의 의지와 원내 1당의 추진력이 뭉쳐 변화를 만들어갈 것이고, 이 정부는 오직 그 변화의 결과로서만 평가받을 것이다. 성공했는가, 실패했는가. 심판은 냉혹하다. 더 무섭고 엄정한, 그래서 더 현실적인 싸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상대 정파와의 싸움이 아닌, 현실과의 ‘진짜 싸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후보, 아니 이제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에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어쩌면 5년 전 보았어야 할 승리의 유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 시간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나쁘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긴 기다림의 시간을, 문재인 대통령이 긴 준비의 시간으로 현명하게 활용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말했듯 걱정되는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실은 우리의 의지 따위를 깊이 양찰해서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오직 결과만으로 평가받는 냉혹한 시간이, 문재인 정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를 감싸고 있는, 혹은 감싸고 있다고 착각하는, 맹목적인 지지자의 무리들은 그 냉혹한 평가에 별로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력을 믿는다. 그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성공한 정부를 이끌고, 5년 뒤 성공한 나라와 함께 대통령의 자리에서 편안하게 물러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가 ‘진짜 싸움’에서 승리하리라는,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우리 사회가 조금씩이나마 진보해나갈 것이라는 희망섞인 예측은 거두지 않으려 한다.





 3천 2백만의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어 지난 시대의 마감을 알렸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공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받아든, 결코 가볍지 않은 한 송이 한 송이의 열망이라고 생각한다.


 서운하고 서러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걱정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미래에 합리적인 비관을 가진 분도 계실 것이다. 고백하자면 나 역시 오직 희망만을 가지고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 힘을 보태 주어야 한다. 그것은 꼭 문재인 정부를 지지해 달라는 말은 아니다. 국민의 다수가 선출한 대통령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때로 응원을, 때로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때로 그것이 절망적이라도, 때로 그것이 아무 가능성 없는 외침처럼 보이더라도, 우리는 우리를 대표하는 우리의 정부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만 한다. 그래서 현실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만 한다. 국민의 합리적인 의견 표출만이, 민주정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싱크탱크라고 믿는다.


 문재인 정부가 보다 성공적인 길을 갈 수 있도록, 모두의 힘을 보태야 한다고 믿는다. 결국 ‘국민의 승리’를 만들어낸 우리 유권자에게, 그 정도의 역량은 있으리라고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 파국의 시대를 수습하고, 국민의 뜻을 한 데 엮어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는 대통령이 되어주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 위에서, 더 나은 발전의 방향을 제시하는 대통령이 되어주시리라고 믿는다.


 5년 뒤,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마치고 새로운 대통령을 맞으며 퇴임하는 날, 나의 믿음이 헛되지 않았다며 기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낙선한 후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여러분이 대변한 사람들의 민심이 새로운 정부 아래서 목소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역할이 앞으로 더 중요하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문재인 대통령에게 축하를 보낸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새로운 대통령에게 걸맞은, 새로운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맞은 ‘진짜 싸움’에서, 그가 승리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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