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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서울대에도 봄은 오는가

시대의 농축, 시흥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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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당했습니다. 그 역사적인 날, 학생들 사이에서는 문자가 돌고 있었습니다. 내용은 그 공포감을 부각하듯 단순했습니다.


 “내일 본부의 침탈이 예상됩니다. 최대한 일찍 본부로 모여주세요.”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지난 3월 11일까지 153일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본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학교가 추진 중인 시흥캠퍼스 사업을 철회하라는 이유였습니다.


 장기간의 본부 점거라는 이례적인 상황이었지만, 혼란스러운 상황 탓에 서울대학교의 본부점거 사태는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종종 의문을 표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새로운 캠퍼스를 지으면 좋은 것 아닌지, 무언가 나쁜 것이 있더라도 꼭 사업 전체를 철회해야 하는지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단순히 서울을 떠나기 싫어서 벌이는 이기적인 투쟁이 아니냐는 힐난의 목소리도 왕왕 들려옵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의 시흥캠퍼스 사업은, 단순히 그렇게 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학교 측이 시흥캠퍼스 사업을 추진하며 든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국제화의 추진과 관악캠퍼스의 포화 문제였죠. 새로운 방식의 국제화를 추진하기 위해 새로운 캠퍼스가 필요하고, 어차피 관악캠퍼스도 포화되어 있으니 새로운 캠퍼스를 만들자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국제화를 추진하기 위해서, 왜 새로운 캠퍼스가 필요할까요? 그냥 관악캠퍼스에서 국제화를 하면 안 되는 걸까요? 사실 저도 이 의문에 답을 드릴 순 없습니다. 답을 해야 하는 학교 측에선 별다른 답변이 없기 떄문입니다. “국제공항이 가까워서”라는 전 기획처장님의 말씀은 답변이라기엔 좀 민망하죠.


 관악캠퍼스가 포화되어 있다는 것은 어떨까요? 사실 관악캠퍼스가 오래 전부터 난개발된 것이 사실이고, 개발 제한 구역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의 넓이를 봅시다.


 서울대학교는 270만m²만 넓이의 평창캠퍼스를 제외하고도 400만m²라는 넓은 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부지죠.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집니다. 중국의 북경대보다 크고, 예일대는 학교 안의 골프장까지 합해도 서울대보다 좁습니다. 동경대는 그 크기가 서울대의 절반도 되지 않죠.


 관악캠퍼스의 포화라. 이 정도 캠퍼스를 가진 주제에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라면 괜찮습니다. 새로운 캠퍼스가 지어지는데 ‘이유가 없다’는 건 좀 이상하지만, 그 이유야 앞으로 만들어나갈 수도 있죠. 새로운 캠퍼스에서, 학교와 학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학생들 역시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돈입니다. 서울대학교는 2011년 법인화되었으므로, 새로운 캠퍼스를 짓겠다는 이유로 국가의 지원금을 받을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캠퍼스를 짓는 비용은 어디에서 올까요?


 서울대학교와 시흥시가 체결한 양해각서를 보면, 그 계획이 나옵니다. 우선 시흥시는 서울대학교에 약 20만 평 정도 되는 땅을 무상으로 제공합니다. 신도시 중심부의 거대한 땅을 무려 공짜로 받아갑니다.


 대신 시흥시는, 건설업체 하나를 선정해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주변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해 줍니다. 대학교도 들어오고, 신도시 부지이고 하니 땅값이 많이 오르겠죠? 제법 인기있게 분양도 될 거고요. 선정된 건설업체는 이익을 많이 볼 겁니다.


 그런데 이 이익은 서울대학교 덕분에 번 것도 일부 있으니, 건설업체는 최소 3000억 원 규모의 건물을 서울대학교에 무상으로 지어줘야 합니다. 분양 실적에 따라 최대 1500억 원이 더해져, 많게는 4500억 원 규모의 건물을 서울대학교에 무상 제공해야 하죠.


 참 재미있죠. 사실 서울대학교는 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시흥시에 들어가겠다는 약속 뿐이었죠. 그 약속을 빌미로 건설업체는 투기 붐을 일으키고, 그 이익을 가지고 서울대학교에 건물을 지어 줍니다.


 시흥캠퍼스는 단순히 캠퍼스를 새로 만드는 사업이 아닙니다. ‘서울대학교’라는 이름을 팔아, 투기자본의 손을 빌어 만들어지는 캠퍼스입니다. 학교로서 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은 아닌 것 같죠.





 그래요, 여기까지도 그렇다고 칠 수 있습니다. 조금 꺼름칙하긴 하지만, 새로 캠퍼스가 만들어지면 학생들 입장에선 좋을 수도 있습니다. 보다 넓은 공간에서 쾌적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데, 뭐 나쁠 것은 없겠죠.


 다만 문제는, 대체 시흥캠퍼스에선 무얼 하느냐는 것입니다. 학생들과 학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이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할까요?


 저는 답변을 드릴 수 없습니다. 시흥캠퍼스에 수립된 계획이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구요? 계획이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 학교 측에서는 ‘RC (Residential College, 거주대학)’라는 방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학생들 모두가 기숙사에 필수적으로 거주해야 하는 대학 형태입니다. 나쁜 건 아니에요. 해외 많은 대학이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보다 전인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무엇보다 우리나라처럼 땅 값 비싼 나라에선, 대학생 주거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관악캠퍼스의 고질적인 문제가 기숙사의 포화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서울대학교가 현재 채택하고 있는, 하나의 캠퍼스와 단과대가 있는 방식도 나쁜 방식은 아닙니다. 어느 한 쪽이 옳고, 다른 한 쪽이 틀린 건 아니에요. 각자의 장단이 있죠.


 무엇보다 현재 단과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가, 새로 거주대학 형태의 교육과정을 만들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기숙사 건축은 물론, 이제까지 없었던 기숙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도 많은 돈이 들어가니까요. 학생들의 자율권 침해 문제도 심각합니다.


 학생들은 반발했습니다. 결국 학교 측은, 학생들의 동의 없는 RC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RC를 하지 않는다면, 그 넓은 시흥캠퍼스에는 누가 들어갈까요? 계획이 없습니다.


 특정 단과대학을 들어서 시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러나 학교 측은, 학생들의 동의 없는 단과대 이전은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현재 관악캠퍼스에서 시흥으로의 이주를 원하는 대학은 없습니다.


 서울대학교 병원 분원도 시흥캠퍼스에 들어간다고 하지만, 서울대학교와 서울대학교병원은 서로 다른 법인입니다. 서울대학교가 함부로 약속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각종 포털사이트 지도에는 이미 ‘서울대학교 병원 예정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병원의 동의는 어떻게 얻어야 할까요? 역시 계획이 없습니다.


 시흥캠퍼스 건설 과정에서, 민간업체에게 받는 건물과 돈이 4500억 정도라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사실 이 자금으로는 시흥캠퍼스 전부를 완공할 수 없습니다. 전부 완성하는 데는 1조 8천억 정도의 돈이 들어가요. 부족한 돈은 어디서 마련할까요? 이번에도 당연히, 계획이 없습니다.


 물론 학교 측은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창업 단지와 중소기업 기술지원 센터, 4차산업 융합 연구개발센터, 글로벌 교육센터 등을 갖추겠다고 말합니다. 외국의 대학들과 협의해 글로벌 창업 캠퍼스를 만들겠다고도 주장하죠. 하지만 알려진 것처럼 2018년 일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다소 구체적이지 않은 계획들입니다.





 심지어 그 추진의 경위 역시 비민주적이었습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사업의 진척 경위를 학교로부터 전혀 안내받지 못했습니다. 언론 기사로 간간히 접할 수 있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추진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밀접한 협력 따위는 없었습니다.


 학생들은 초기부터 시흥캠퍼스 추진에 반발하는 입장을 표시했고, 학교는 이러한 요구에 대응해 ‘대화협의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학교와 학생이 시흥캠퍼스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기구였습니다.


 그러나 2014년 7월, 신임 성낙인 총장이 부임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성낙인 총장은 한 달에 최소 한 번의 회의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는 대화협의회 규정을 위반했습니다. 2014년 9월에 한 번, 그리고 8개월 뒤에 한 번, 다시 1년 뒤에 한 번에야 회의를 열었죠. 기구의 기능이 사실상 사라져버렸습니다.


 특히 성낙인 총장은, 학교와 시흥시가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 ‘실시협약’을 체결하기 전, 대화협의회를 통해 반드시 학생들과 미리 이야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물론 약속은 파기됐습니다. 학생들은 실시협약 체결 30분 전 메일 한 통으로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부랴부랴 항의방문을 간 학생들은 청원경찰에 의해 쫓겨났습니다.


 이후 성낙인 총장은 “신뢰의 서울대학교를 약속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시흥시와의 약속을 지켜서 다행이며, 학생들과의 약속 파기에는 ‘유감’을 표한다는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결국 시흥캠퍼스는 단순히 대학 확장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대학의 기업화와, 돈을 따라가는 대학, 그리고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권위주의가 정점에 모여 있는 하나의 결과물입니다.


 학생들은 지난해 10월 10일, ‘전체학생총회’를 열었습니다. 학생사회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서울대학교 학생 10분의 1이 광장에 모이면 성립되는 기구입니다. 2000여명이 넘는 학생이 모여 총회가 성사되었고, 학생들은 직접 투표를 통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전면 철회”를 학교 측에 요구했습니다.


 같은 회의에서, 학생들은 이 요구안의 관철을 위한 투쟁 방안 역시 채택했습니다. 본부의 점거였습니다. 학생들은 그 즉시 본부를 점거했고, 지난 3월 11일까지 농성을 계속했습니다.


 (시흥캠퍼스에 대한 더욱 자세한 이야기는, 이 블로그의 <우리, 아직 여기에 있습니다>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점거한 총장실에서는, 시흥캠퍼스를 반대하는 학생들을 사찰하는 문건이 발견됐습니다. 성낙인 총장은 이 사실을 부인하다가, 문건을 보여주자 그제야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학교가 다시 한 번 약속을 파기하려 한 정황 역시 밝혀졌습니다. 본부에서 밝혀진 메모에 따르면, 학교 측은 학생들과의 약속을 파기하고 RC를 강제 추진하려 논의한 바가 있었습니다. 학교 측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느냐”고 반발했지만, 학생들과의 약속 파기가 ‘논의의 대상’이 되는 상황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성낙인 총장의 부정임명 논란도 일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증거 중 하나였던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메모에서 “서울대학교 총장 逆任(역임)”이라는 글자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성낙인 총장은 임명 당시, 총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중 2위 후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사회는 1위 후보를 제치고 성낙인 총장을 선택했죠. 여기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정황입니다. 서울대학교 이사회에는 기획재정부 2차관과 교육부 차관이 당연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성낙인 총장 측은 해당 메모가 ‘逆任(역임)’이 아니라 ‘選任(선임)’이라고 주장했지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이미 법인화되었기에, 청와대 측은 서울대학교의 총장 선임 논의에 개입할 권한이 전혀 없습니다. 특히 성낙인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사장이던 시절 영남대학교에 근무했다는 점, 1위 후보가 현재 야당 의원이 되어 있는 오세정 교수였다는 점은 이 의혹을 증폭시킵니다.


 시흥캠퍼스에서 각종 수익사업을 벌이려고 했다는 의혹 역시 있었습니다. 교육 계획은 제대로 세워놓지 못한 학교가, 호텔, 키즈카페, 고소득 노인 대상 실버타운 등 각종 수익사업을 캠퍼스에서 벌이려 했다는 문건이 공개된 것입니다. 시흥캠퍼스가 돈을 위해 만들어진 캠퍼스라는 증거가 나온 셈입니다.


 그 사이 서울대학교는 비학생조교 33명을 일시 해고 조치하기도 했습니다.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화하지 않아 논란이 되었다가 정규직화를 약속했지만, 이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2월 28일자의 계약 만료 기간을 넘겨버린 것이죠.


 비학생조교들은 임시계약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고, 교섭 완료시까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재직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어린이집 이용 등에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결국 비학생조교들은 점거된 본부 대신 사용하고 있던 우정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죠. 기업이 되어가고 있는 서울대학교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주장하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실시협약이 체결되기 전부터 서울대학교의 입주를 기정사실화해 투기 붐을 일으킨 것은 건설사였습니다. 실시협약 파기시, 배상의 책임은 학교보다는 건설사에 있습니다.





 결국 학생들은 농성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생 29명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고, 본부에 출입하는 것만으로도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경고문을 캠퍼스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점거하고 있는 본부의 전기와 수도, 난방을 끊었습니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본부 점거가 위험하다고 주장했으며, 학생사회의 ‘새내기새로배움터 (새터)’ 사업을 탄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3월 11일, 직원들의 폭력적인 본부 침탈이 시작되었습니다. 새벽같이 본부를 찾아온 직원들은 1층과 4층에는 출입하지 않겠다고 주장했지만, 학생들이 이를 믿을 수 없다는 의사를 표하자 1층으로 무력 진입했습니다. 문을 지키기 위해 설치한 쇠사슬을 그라인더를 통해 자르고 침입했습니다. 학생들이 손으로 막고 있는 문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라인더를 대는 그들이었습니다. 직원들에게선 술냄새가 진하게 났습니다.


 학교 직원들과 청원경찰은 폭력적으로 학생들을 쫓아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다쳤고, 두 명의 학생은 기절해 구급차를 통해 병원에 후송됐습니다. 4층에 고립된 12명을 제외하고, 모든 학생들이 본부에서 쫓겨났습니다. 4층에 있는 학생들에 대한 식료품 전달조차 허락되지 않아 학내언론 기자들이 나서 식료품을 전달해주어야 했습니다. 12명 학생들은 사실상 감금됐습니다.


 이후 학생들이 반발하자, 학교 측은 소화전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물대포를 직사 살수했습니다. 명백한 불법 행위입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사용한 소화기의 분말을 정리하기 위해 청소를 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직원들은 학생들이 물대포를 맞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도 ‘청소’를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상황으로 봤을 때 설득력이 없는 주장입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화전을 이용한 것은 명백한 폭력 행위이며, 애초에 소방법을 위반한 행위입니다.


 그 사이, 서울대학교 학내 언론인 <대학신문>은 3월 13일자 1면을 백지로 발행했습니다. 학교 측이 학생기자의 편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학교 측은 <대학신문>에 본부점거 관련 기사를 줄이고, 개교 70주년 관련 기사를 늘리라고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이 의혹을 뒷받침하는 학교 간부의 메모는 본부점거본부 측에서 공개했습니다.


 학생들은 4월 4일, 다시 한 번의 학생총회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학생사회는 성낙인 총장의 사퇴와 책임자 처벌,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주장하며 천막농성과 학내 집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돈을 쫓아 기업화되는 대학, 사라져가는 민주주의, 권력의 인사개입, 언론에 대한 탄압, 물대포. 작금의 서울대학교 사태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하나의 축소판입니다. 그리고 시흥캠퍼스는 아마, 이 현실을 그대로 농축한 시대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성낙인 총장은 지난 3월 2일, 졸업식에서 “남의 의견을 경청할 줄 모르는 리더는 모든 이를 불행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김기춘, 우병우, 이재용, 조윤선 등이 서울대학교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한 자성의 목소리로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들만큼이나 부끄러운, ‘모든 이를 불행하게 하는 리더’가 있습니다. 성낙인 총장 본인입니다.


 서울대학교의 학생들은, 이제 더 이상 이 부끄러운 시대의 표상이 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이 치졸한 시대의 상징으로 남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부끄러운 리더, 대학 기업화와 권위주의의 선봉에 서 있는 성낙인 총장의 사퇴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광장에서 본부로, 본부에서 다시 광장으로. 징계 협박에도, 물대포에도, 폭력에도,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기업화와 권위주의를, 최전선에서 몸으로 막아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시대가 승리를 자축하던 밤을 지나, 서울대학교는 다시 아침을 맞았습니다. 서울대학교의 봄은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더 많은 승리가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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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선달 2017.03.29 23:32 신고

    그래 일찌감치 서울대는
    시흥에다 2천억 계약파기금 물어주고
    시흥이 다른계획 세우도록해라
    서울대가 뭐 별거라고

    7~8년전 서울대생들이 시흥까지 와보고
    찬성했던것을 지금의 후배들이 농성으로 반대하니

    차후에 후배들이 누구탓 하거든 지금의
    학생들을 탓 하리니...
    기회는 항상 주어지는것이 아님

  2. 김선달 2017.03.29 23:41 신고

    어서빨리 서울대는 시흥시에 계약파기금
    2천억 물어주고 끝내라

    7~8년전에 서울대생들이 찬성한 일들을
    후배들이 반대하니 꼴 좋다

    또한 이후 후배들이 시흥캠퍼스를 아쉬워
    하거든 2017년 선배들 탓 하거라

    모든 기사를 학생들 대변으로만 기사화했구만
    스승에게 소화기 뿌려가며
    잘못한 일들은 다 덮어두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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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진보

우리가 받은 것, 우리가 남겨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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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11시 21분부로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게 되었으며, 경호 예산을 제외한 모든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다. 1948년 이 땅에 주권과 영토를 가진 정부가 들어선 뒤 처음 있는 일이었다.





 탄핵 선고는 허무할 정도로 빨랐다. 초반의 파면사유 부정으로 몇 차례나 가슴이 철렁했지만, 그것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선고가 시작된 것은 11시 정각, 그리고 낭독문을 모두 읽고 대통령의 권한이 박탈된 시각은 11시 21분. 짧은 시간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대통령은 파면되어 사라졌다.


 그것은 참 묘한 일이었다.


 대한민국은 이미 몇 차례 대통령을 쫓아낸 일이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혁명에 의해 쫓겨났으며, 박정희 대통령은 측근에 의해 암살당했다.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은 그 임기는 채웠지만 결국 형사처벌을 받았고, 전직 대통령 예우를 모두 박탈당했다.


 그러나 그들 전직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는 판이했다. 이승만 대통령을 쫓아낸 것은 혁명이었다. 그 혁명은 일주일 동안 지속되었으며, 그 사이 2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냈다. 박정희 대통령을 쫓아낸 것은 암살이었다. 그 도화선이 된 부마항쟁에서는 1000명 넘는 체포자와 125명의 구금자가 발생했다.


 이승만의 독재는 발췌개헌과 사사오입 개헌을 거쳐 12년을 지속했다. 박정희의 독재는 삼선개헌과 유신을 거쳐 16년 동안 계속되었다. 전두환의 독재는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속됐다.


 긴 시간이었다. 폭력과 야만이 난무하며 민주화의 요구를 억압했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용기와 결단, 그리고 희생만이 이 야만의 세월을 막아세울 수 있었다. ‘민주주의’라는 말에는 피의 냄새가 짙게 서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19차에 걸쳐 1400만의 시민이 운집한 촛불집회에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평화의 힘은 폭력보다 강했다. 국회는 234표이라는 압도적인 숫자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헌법재판소는 단 한 명의 이견도 없이, 8명 전원의 판결로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것은 우리 진보의 증거다.


 4.19 이후 57년의 시간이 지났다. 10.26 이후 38년의 시간이 지났다. 6.10 이후 30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차근차근 진보했다. 더 나은 헌법을 만들었고, 더 구체적인 법률을 만들었으며, 더 민주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다. 더 나은 선거를 했으며, 더 나은 제도권 정치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점점 성장하며, 민주주의의 영역을 착실히 확대해 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한 2017년의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혁명도, 암살도, 누군가의 희생도 필요없었다. 누군가의 중대한 용기 역시 필요치 않았다. 작은 사람들의 작은 용기로 충분했다. 우리는 총이 아니라 법전의 힘으로 대통령을 파면했다. 폭력이 아니라 제도의 힘으로 대통령을 쫓아냈다.





 폭력은 불행한 일이다. 사회적 약자가, 다른 수단 없이 극단에 몰렸을 때 벌이는 폭력은 때로 정의로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폭력은 불행한 일이다. 그래서 인류는 폭력 없이 사회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끝없이 갈망해 왔다. 그리고 지금 세계의 존재하는 국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량만큼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수십년 전 우리는, 정의를 위한 최소한의 폭력을 필요로 했다. 그것 없이는 우리의 목소리를 전할 방법이 없었다. 사회의 핵심적 가치들은 극단에 몰려 있었으며,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국민 몇백만이 모이든, 그건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우리는 극단에 몰렸지만, 우리에게는 평화적으로 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존재했다. 국회가 있었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 대의민주주의 기구는 국민의 뜻을 충실하게 반영했다. 탄핵안은 가결되었다. 헌법재판소가 있었고, 3권의 조합을 통해 만들어진 이 기관 역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한 판결을 내렸다. 대통령은 파면되었다.


 이 거대한 권력의 비리를 무너뜨리는데, 누구의 피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누구의 희생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보장받았다. 그리고 그 신성하고 강력한 광장에, 어떤 종류의 국가폭력도 쉽게 발을 붙이지 못했다.





 우리는 불행한 사태 없이 승리했다. 이것은 우리가 얼마나 많이 진보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우리는 폭력 없이, 누군가의 희생 없이, 강자를 심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우리의 혁명은 이만큼이나 진보했다. 대단히 문명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바꾸고, 그 권력자를 심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냈다. 피를 흘리지 않는 혁명. 이것이 우리가 민주화 역사 전반에 걸쳐 만들어낸 성취였다. 사회는 진보했고, 딱 그만큼 혁명의 방식 역시 진보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기 위하여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 국회가 발의안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마지막 문장이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 판결문의 주문이었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낭독했다. 대통령을 파면해서 헌법질서를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대행이 판결문을 낭독했다. 대통령을 파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것은 김관영 의원과 이정미 재판관의 입을 통해서 선언된 말이었지만, 기실 그것은 그들을 통해서 선언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국민이 한 목소리로 만들어 낸 선언이었고, 민주화의 역사 전체가 만들어 낸 성취였다. 그리고 그 선언만으로, 대통령은 파면당했다. 누구의 피도 필요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은, 그 무거운 재판정의 망치가 전부였다.


 피를 흘리지 않은 혁명. 그것은 역사 속 선배들이 우리를 위해, 그들의 피를 희생해 만든 영광스런 진보의 결과물이었다.





 우리의 진보한 혁명으로, 별다른 혼란 없이 대통령은 파면당했다. 국민이 선언한 국민의 승리였다.


 우리 앞에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어쩌면 더 어려운 싸움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승리해야 한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당위의 문제다.


 우리가 나아간 만큼, 시대가 다음 세대에게 요구하는 희생은 줄어든다. 우리는 우리의 후배에게 더 진보한 사회를, 더 진보한 혁명이 가능한 사회를 넘겨줘야 한다. 진보를 물려받은 우리는, 다시 한 번의 진보를 우리의 뒷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의무다.


 그렇기에 오늘을 즐기자. 이 승리에 마음껏 감격하자. 그리고 그 힘으로, 다시 다음 승리를 향해 나아가자.


 결국, 우리가 이긴다.




 덧1.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오늘 밤, 청와대 관저를 떠나지 않고 그냥 머무르신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로써 청와대 관저에서 묵은 최초의 민간인이 되었다. 하루 정도는 괜찮다. 그러나 그 마지막 밤을 보내며, 부디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내일 그곳을 나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왜 그렇게 되어버렸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불편한 밤이 되길 바란다.




 덧2.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모두 집회 참가자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이외에도 기자나 일반 시민에 대한 폭행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것을 진정시키려는 정치인 하나 없다. 그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오늘만은 당신들이 패자다. 승자로서 우리는, 그들에게 관용을 베풀 의무가 있다. 조금은 과격해져도 좋다. 일반인에 대한 폭력과 같은, 최소한의 선만 넘지 말았으면 한다. 열심히 싸우시고, 열심히 무력감을 느끼시길 바란다. 민주주의의 시민으로서 성장하기에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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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1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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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반복된다

다시, 또,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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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을 기억하는가. 그 한 해에 벌어졌던 그 많은 일들을 기억하는가. 그것이 다른 한 해와 같은 길이였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가. 주변에선 “2016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면 놀라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이야기가 있다. 영남권 신공항 논의가 그렇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영남권 신공항 유치를 두고 경쟁하다, 김해공항의 확장이라는 다소 허무한 결론이 나온 것이 2016년이었다. 지난해 6월의 일이니, 이제 막 8개월 정도 지난 셈이다.




 영남권 신공항은, 그 논의 자체가 이 사회의 비극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처음 영남권 신공항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참여정부 때였다. 정부 내에서 논의가 있었으나 적절한 입지를 찾지 못해 백지화되었다. 다만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2007년 대통령선거, 이명박 후보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명박 정부가 탄생하고 신공항 착공이 가시화되자, 영남권 내에서 여론이 갈리기 시작했다. 밀양과 가덕도. TK와 PK가 갈등하는 상황에서, 영남에 지역기반을 둔 이 대통령은 어느 한 쪽도 선택하지 못했다. 신공항은 자리를 찾지 못했고, 시간만이 흘렀다. 그 사이 김해국제공항의 포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2011년 3월 30일에야 최종 입지 평가 결과가 발표되었다. 밀양 39.9점, 가덕도 38.3점. 밀양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으나, 두 지역 모두 50점이라는 절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영남권 신공항 논의는 백지화됐다. 두 번째 백지화였다. 신공항은 2025년 이후의 장기 논의로 미뤄졌다.


 각 지자체는 반발했다. 부산시는 단독으로라도 공항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 사이 밀양시장은 영남권 신공항을 반대하는 주민을 폭행하기까지 했다. 절망은 그 기대만큼이나 뜨거웠다.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입지 조사에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도 흘러나왔다.


 1년 뒤 2012년 대통령선거, 영남권 신공항은 다시 후보들의 공약이 되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입지를 특정하지 않은 채 영남권 신공항을 약속했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이미 두 차례가 공항 입지로서 부적절하다고 판단된 두 곳이었다. 그러나 이 두 땅은 다시 한 번 정치의 전면에 등장했다. 지역감정은 표를 얻기 위한 아주 쉬운 선택지다.


 결국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다. 2013년 8월, 국토부의 수요조사가 시작되었다. 조사는 1년 동안 이어졌다. 1년만에 나온 수요조사의 결과는 단순했다. “새로운 공항이 필요하다.” 영남권 신공항의 착공 가능성이 다시 높아졌다. 지역감정은 다시 쌓이기 시작했고, 종종 폭발했다.


 2016년 6월 21일, 2년 만에 입지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가덕도와 밀양 모두가 다시 한 번 백지화됐다. 세 번째 백지화였다. 정부는 김해공항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표 논리에 의해 끌려나온 신공항은, 그 지저분한 지역감정과 함께 다시 한 번 버려졌다.


 지역감정이라는 ‘쉬운’ 수단은 선거 때마다 끌려나왔고, 선거가 끝나면 버려졌다. 그 지리한 논란 속에서 ‘지방’은 표와 함께 때로 구원되었고, 때로 버려졌다. 그 사이 김해공항의 수요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지역감정과 함께 표는 이곳저곳을 오갔고, 정작 필요했던 공항은 어느새 사라져 유령처럼 세간을 떠돌았다.





 어쨌든 김해공항 확장안이라는 대안은 나왔다. 이것이 그 지리한 논란의 결말이었다. 합리적인 수준의 결정이었다. 우리 사회는 하나의 결론을 도출했고, 그 결론에 따라 공항을 확장해 편의를 도모하면 될 일이다. 비극은 여기서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신공항과 지역감정이라는 이 ‘쉬운’ 수단은, 다시 한 번 끌려나올 기미를 보이고 있다. 비극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정부의 목표에 따르면, 김해공항은 2026년 그 확장을 완료한다. 연간 3800만명 정도가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활주로는 기존의 활주로와 다른 방향으로 3200m 규모로 한 개가 늘어난다. 이것이 정부가 지난 6월 21일 발표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후 정부가 내놓은 예비타당성조사의 결과는 달랐다.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서, 김해공항의 확장 규모를 기존에 발표한 3800만명 선에서 1000만명 이상이 줄어든 2500~2800만명으로 잡았다. 보고서는 매년 승객이 4.7%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당장 현재만 해도 매년 7.7%의 승객이 증가하고 있다.


 1000만 명의 이용객이 사라졌다. 당연히 확장되는 시설의 규모가 달라진다. 예상되는 비행기 이륙량도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소음에 따른 주변 주민 이주 비용 역시 줄어든다. 대형기를 띄울 필요성도 부정된다. 그렇다면 부산시 측에서 요구한 활주로의 연장 안도 무산된다는 의미다. 이용객의 축소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여기, 재미있는 발언이 하나 있다. 6월 21일 김해공항 확장안이 발표된 뒤, 박근혜 대통령은 “김해공항 확장이 사실상의 신공항”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20일 정도 지난 7월 11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구국제공항의 이전 사업을 속행하라고 주문했다.


 대구국제공항의 이전은 과거부터 논의된 사안이었지만, 영남권 신공항 논의로 사업이 일시 중지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이 발언을 기점으로 논의가 재개되었고, 현재 경북 군위군과 의성군이 후보지로 결정되어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중에 있다.


 정부는 2023년까지 대구국제공항 이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해국제공항 확장 사업보다 3년 이르다. 투입되는 예산은 7조 2465억원. 김해국제공항 확장에는 4억 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된다. 활주로는 3500m 규모로 두 개의 신설이 예측된다. 김해국제공항의 3200m보다 더 큰 규모다.




 물론 두 지역을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다. 김해국제공항은 원래 있던 공항을 확장하는 것이고, 대구국제공항은 새로 공항을 짓는 것이다. 대구국제공항은 군 공항 시설도 함께 이전한다. 예산이 더 들 수밖에 없다. 전체 예산 중에서 민간 공항이 사용하는 양은 대단히 적다. 2023년 개항 역시 예측일 뿐이며, 3500m 규모의 활주로 역시 대구시 측의 요구다. 국방부는 아직 규모를 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는 없다. 대구국제공항 이전은 김해국제공항 확장보다 이르게 완료될 것이다. 대구국제공항은 현재보다 두 배의 규모로, 확장된 김해국제공항보다 일찍 개장한다. 수요가 대구로 흡수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의 누구도 ‘사실상 신공항’이라는 김해국제공항의 수요난을 염려하지 않는다.


 김해국제공항은 확장 사업을 이유로, 1년에 330일 동안 만차로 주차난을 겪고 있는 주차장의 확장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확장안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10년 뒤 완성될 확장안은, 아직 삽 한 번 뜨지 못한 채 오히려 김해국제공항의 편의를 막아세우고 있다. 9개월만에 처음 열린 소음대책협의회에는 국토부와 공항공사 측 인사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대구국제공항의 확장 사업은 속도를 내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이 있고 한 달만에 국방부는 이전 사업을 확정했다. 이미 입지 선정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군위군은 공항을 유치해야 한다는 결의문까지 채택했다.




 결국 공항을 기반으로 한 지역갈등은 다시 한 번 피어오르고 있다.


 부산 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는 정부가 김해국제공항 확장을 “리모델링 수준으로 사업을 축소”하려고 한다며, 이를 정부의 “배신행위”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가덕도 신공항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대구시는 3500m 규모의 활주로 건설을 기반으로 유럽-북미 노선의 대구국제공항 취항을 주장하고 있다.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논리에 대항해, 밀양 신공항의 재추진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정치인들 역시 가세했다.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김해공항 새 활주로가 3800m 이상이 되지 않는다면, 신공항 사업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병수 부산시장 역시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만나 대구공항 이전과 김해공항 확장 사업 축소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TK와 PK의 지역갈등을 정점으로 이끌고 갔던 영남권 신공항 사업이었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논의는 세 번 등장해 세 번 백지화됐다. 김헤공항의 확장은 이 논란의 종점을 찍어주는 듯했다.


 하지만 결론이 나오고 20일만에 대통령은 대구공항 이전의 속행을 주문했다. 지지부진하다가 결국 일시 중단되어 있던 논의는 이 발언을 기점으로 속도를 냈고, 이렇게 만들어진 대구공항 이전 사업은 결국 다시 한 번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백지화된 영남권 신공항 사업은 2007년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 되었다. 이명박정부에 이르러 다시 백지화된 영남권 신공항 사업은, 2012년 다시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 되었다. 그리고 박근혜정부, 영남권 신공항 사업은 다시 백지화되었고, 이제 또 한 번의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대통령은 씨앗을 뿌렸다. 빠르게 추진되는 대구공항 이전 사업. 그리고 축소되는 김해공항 확장 사업. 그들이 이 씨앗에 물을 주고 갈등을 키워냈다. 그 갈등은 지금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그 갈등은 곧 열매를 맺을 것이다. 지역감정이라는 치졸한 씨앗을 가진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열매는 누구의 몫이 될 것인가. 2007년에 그랬듯, 2012년에 그랬듯, 다시 한 번 ‘그들’이 그 열매를 가져갈 것이다. 그리고 표를 얻어갈 것이다.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이 논쟁을 종결시킨 나름 합리적인 결정을 뒤엎을 것이다. 이미 갈등은 자라나고 있다. 지역이기주의는 다시 노름판의 판돈이 되어 이곳저곳을 망령처럼 떠돌 것이다.


 다시 공항이다. 여기, 비극은,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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